"새 정치 위한 불쏘시개.치어리더 될 수도"
중도세력 통합 신당창당.범여후보 모색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孫鶴圭) 전 경기지사는 20일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방문하는 것으로 '새로운 정치질서 창출'을 향한 첫 걸음을 뗐다.
손 전 지사는 오전 대리인을 한나라당 염창동 당사로 보내 탈당계를 제출한 뒤 현충원을 찾아 순국선열들에게 참배하면서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극단적인 이념과 지역의 대립 구도를 허무는 통합의 새 정치를 통해 대한민국의 선진화에 기여하겠다는 결의의 뜻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현충원 방문 뒤에는 서대문 사무실로 돌아와 '새판짜기'를 위한 정국 구상을 계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들에 따르면 손 전 지사는 시간적 여유를 갖고 독자세력화를 꾸준히 추진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중도세력의 통합을 통한 신당 창당이 지향점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일단 독자세력화의 모태는 '비(非)열린우리당-반(反)한나라당'을 기치로 중도 성향 신당 추진을 선언한 '전진코리아'와 지지 모임인 '동아시아미래재단' 등 시민사회 및 전문가 집단과 소설가 황석영씨를 중심으로 한 문화계 인사들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원내에서는 20여명 정도의 여야 의원들이 암묵적으로 동참 의사를 밝혔다는 게 측근들의 주장이다. 다만 손 전 지사는 이들을 모두 받아들이기 보다 시간을 두고 선별할 것이라고 한다.
한 측근은 "백지 상태에서 새로운 정치를 창조하겠다고 한 만큼 일단 3~4개 정도의 시민사회 그룹과 함께 일을 할 것"이라며 "현역 의원들도 20여명 정도 되지만 아직 이름을 밝힐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 캠프의 관계자들은 정문헌(鄭文憲)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손 전 지사를 따르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선준비위 대리인 역할을 했던 정 의원은 일단 당에 남기로 했다.
조용택(趙鏞澤) 언론특보는 "캠프에서 이탈자는 없다"며 "현역 의원들은 지금 나올 단계가 아니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손 전 지사는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프로그램에 출연해 "새 정치세력을 만들기 위해 불쏘시개가 되라면 될 수도 있고, 치어리더가 되라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래지향적 통합공간을 만드는 게 내 역할이고 새 정치세력이 규합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면서 "모든 것을 버리고 탈당한 것은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며 모든 것을 열어놓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자신이 `중도통합 세력'의 대선 후보로 나서지 못하고 정권 창출의 산파 역할에만 그치더라도 감수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는 범여권 대선주자군으로 거론되는 정운찬(鄭雲燦) 서울대 전 총장, 진대제(陳大濟) 전 정보통신부 장관, 문국현(文國現) 유한킴벌리 사장 등에 대해서는 "새로운 흐름을 대표하는 인사들"이라며 `제 3지대'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인사들로 평가했지만 아직 접촉해 의사를 타진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독자행보 보다는 범여권의 통합신당파와 연합할 것이라는 예측과 관련, "그런 것을 부정하거나 문을 닫을 필요는 없지만 중요한 전제는 그것이 새로운 정치가 되느냐, 안 되느냐다"라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그것이 구태정치로 돌아간다면 내가 탈당하고 죽어가면서 할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손 전 지사는 중도통합 세력의 대선후보 선출에 대해 시기는 최대한 늦추고 방식은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한나라당에서 자신을 '변절자'로 비난하고 있는데 대해선 "(탈당 이유는)나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여기(한나라당)에서 새로운 정치와 내가 그간 추구해온 가치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을까 하는 절망감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한나라당을 수구냉전, 개발독재 세력으로 비난한 것과 관련, "한나라당이 수구꼴통, 냉전세력이 돼선 안 된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어제 새로 한 얘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내 소장.중도개혁 성향 의원들에 대해서는 "아쉬운 것은 있지만 그들을 그렇게 몰고간 한나라당의 분위기, 당 지도층의 자세가 더 문제"라면서 사실상 `피해자'로 규정했다.
그는 "줄세우기를 하지 않으면 공천을 갖고 소장 의원 개인에게 은근히 또는 직접적으로 협박하고, (캠프에) 안 들어오면 다른 사람에게 지구당을 준다고 했다. 심지어 의원들이 직접 나한테 호소한 사람도 있다"면서 "있는 사실을 말로 가린다고 가려지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