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 좀 안다고, 경제 공부 좀 했다고 경제 잘하는 게 아니다. 전 세계에 경제 살린 대통령은 영화배우 출신도 정치인도 있다" - 1월 25일 신년기자회견
"정치를 좀 잘 아는 사람이 차기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 - 2월 27일 인터넷매체 합동인터뷰
"선거를 앞두고 경선에서 불리하다고 탈당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맞지 않는 일이다" - 3월 20일 국무회의
노무현 대통령의 대권주자를 향한 발언들이 정치권을 논란 속에 빠뜨리고 있다.
노 대통령은 "정치적 중립은 어불성설이지만 선거중립은 확고하게 지키겠다"고 강조했던 만큼 노 대통령의 정치적 행동(발언)들은 예상됐지만 이 같은 발언들이 대권주자들에게는 적지않은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
노 대통령의 발언으로 첫 번째 희생양(?)이 된 대권주자는 고건 전 총리다. 고 전 총리는 노 대통령이 지난해 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고 전 총리의 기용은 실패한 인사였다"고 언급한 이후 대권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노 대통령의 발언으로 고 전 총리가 대권도전 의사를 포기했다고 단정할 수 는 없다. 하지만 고 전 총리에게는 정치적으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공교롭게도 여론조사에서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던 고 전 총리가 대권은 물론 정치권에서마저 완전히 물러나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후에도 노 대통령의 차기 대선 주자들을 향한 발언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월17일 중앙 언론사 편집·보도국장과의 오찬 간담회에서는 대권주자의 이름을 정확하게 언급하진 않았지만 "경제파탄, 민생파탄 얘기하는데 경제 잘한다는 후보자들이 과연 몇 % 공약을 내는지 저도 한번 볼 생각"이라고 말해 '7% 경제성장을 공략'으로 내세운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를 겨냥한 발언으로 비춰졌다.
또한 노 대통령은 지난 1월 25일에 있었던 신년회견에서 "실물경제 좀 안다고, 경제 공부 좀 했다고 경제 잘하는 게 아니다. 전 세계에 경제 살린 대통령은 영화배우 출신도, 정치인도 있다"는 발언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우회 비판했다는 분석이었다.
여권의 대권 후보 대안으로 꼽혀온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도 노 대통령의 대권 주자 평가를 비켜가지 못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2월 27일 인터넷 언론사와의 합동인터뷰에서 차기 대권 주자 필요 덕목을 묻는 질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를 좀 잘 아는 사람이 차기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해 정치 경험이 없는 정 전 총장에게 일격을 가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자기가 후보가 되기 위해서 당을 쪼개고 만들고 탈당하고 입당하고 이런 일을 한다고 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을 근본에서 흔드는 것"이라며 전날(19일)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를 겨냥한 듯 비판했다.
이에 대해 윤승용 청와대 홍보수석 겸 대변인은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특정인을 지칭한 것은 아니다"면서 "정치적 이해관계나 진보·중도·보수, 유능·무능함을 떠나 기본적인 정치적 관점에서 정파적 이해 관계를 넘어서서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탈당 한 사람이라고 한 부분이라고 말한 것 때문에 손 전 지사를 생각하는 것 같은데 대통령 발언에 대한 그림을 크게 봐달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이 정치적 복선을 깔고 있는 것인지 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을 차단해 보겠다는 의도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차기 대선가도에서 커다란 무게중심을 형성하면서 대선주자로 꼽히는 특정인들에게는 적지않은 부담으로 작용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