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재원↓..한진에 자사주 매각대금 대폭 감액
에쓰오일이 28일 이사회를 열어 올해 1분기 배당금을 역대 최고 규모인 주당 8천300원으로 확정했다. 총 배당금은 무려 7천8억원 가량에 이른다.
이는 상장회사들의 주당 중간배당 규모로는 사상 최고이며, 한해 전체 회계연도 기준으로 이뤄지는 통상의 연말 배당 규모와 비교해 볼 때에는 2005년도 한국쉘석유[002960]의 1만4천500원과 2004년도 SK텔레콤[017670]의 9천300원에 이어 세번째에 해당된다.
또한 에쓰오일 회사 차원으로 봐도 그동안 사상 최고였던 2005년도 중간배당 2천250원의 3.7배에 달하는 것이다.
특히 보통주 35.0%, 우선주 8.74%를 각각 보유한 에쓰오일 대주주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사(社)는 배당금만 3천300억원 가량을 받게 됐다.
에쓰오일은 이런 배당지출에 따른 회사 재원(가치)의 감소로 인해 당초 한진그룹으로부터 받으려던 자사주 매각대금을 당초 2조4천억원에서 2조1천500억원 가량으로 2천500억원 낮춰줬다.
에쓰오일이 당초 한진에 자사주 28.4%(보통주 기준) 가량을 매각하면서 주당 잠정 매각금액을 7만4천979원으로 정했다가 이번에 6만7천475원으로 낮춘 데 따른 것이다.
한진은 후발 예정주주여서 이번 배당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주주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2천670억원 가량의 '기회비용'에 대해 이러한 감액조치로 혜택을 받은 셈이다.
에쓰오일은 "그간 6월이나 9월말 분기배당을 실시해 왔으나 올해엔 회사가 새 파트너(한진)를 맞이함으로써 기존 주주에게 축적된 유보이익을 환원하기 위한 목적에서 배당을 앞당겨 실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에쓰오일은 "자사주 매각에 따라 현행 규정상 배당 가능이익에서 제외돼온 유보이익(9천억원 가량)이 복원됐다"고 설명하고 "자사주 매각차익 유입에 따라 투자재원이 늘고 재무구조도 더욱 건전해진 만큼 잉여 현금을 배당으로 돌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일각에서는 에쓰오일이 자사주 매각대금과 차익 유입을 극대화해 회사가치와 이익을 높이기 보다는 양대 주주인 아람코와 한진그룹에 각각 배당금을 높여주고, 자사주 매입금액을 낮춰주는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즉 대주주들이 회사 가치를 떨어뜨리면서 이익을 나눠가졌다는 얘기다.
에쓰오일이 한진측의 자사주 매입대금이 유입되기 전에 유례없이 배당을 서둘러 실시한 것도 이러한 비판의 근거가 되고 있다.
에쓰오일은 이에 대해 "자금여력이 생긴 데 따른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결정"이라면서 "최근의 배당 수준을 유지한다고 할 경우 앞으로 이번 자사주 매각으로 인해 연간 1천640억원 정도 배당재원이 추가로 필요한데, 연간 이익 등으로 미뤄볼 때 종전의 배당정책을 유지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고 회사의 '고(高)배당' 기조를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