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증가율 〉소득세수 증가율'‥중장기 조세개혁 역행
국회 예산정책처 보고서-"과도한 공제제도 정비도 필요"
현행 4단계로 돼 있는 소득세 과세구간이 10년 넘게 변경되지 않아 소득세 부담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소득세 과세구간의 기준금액을 물가상승률에 연동하는 '물가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주목된다.
전승훈 국회 예산청책처 세입세제분석팀 경제분석관은 11일 '1998년~2005년 한국의 유효소득세 함수 추정'이라는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세율인하와 각종 공제제도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가구주 및 가구의 소득세 부담은 크게 완화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구주의 근로소득은 1998년 1685만원에서 2005년 2545만원으로 연평균 6.07% 증가했으나, 근로소득세액은 1998년 52만원에서 2005년 123만원으로 연평균 13.09% 증가했다. 또한 유효세율도 지난 1998년 1.81%에서 2005년 2.61%로 증가했다.
전 분석관은 이와 관련해 "1998년 이후 법정 한계세율이 두 차례 인하(2002년, 2005년)되고 소득공제 및 세액공제의 확대가 이뤄졌지만 소득세 부담은 크게 감소하지 않았다"며 "물가상승률이 0.8%였던 1999년에는 근로소득공제 확대로 인해 소득세부담이 완화됐지만 물가상승률이 각각 2.3%, 4.1%였던 2000년과 2001년에는 소득세부담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소득세부담 증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득세 과세구간의 기준금액을 물가상승률에 연동하는 '물가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게 전 분석관의 주장이다.
그는 "소득세 과세구간의 기준금액을 물가상승률에 연동시키면 소득증가에 따른 과도한 소득세 부담의 증가를 완화할 수 있다"며 "실질소득이 증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으로 인해 소득세부담이 증가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1998년 이후 소득세법 개정과정에서 한계세율이 증가추세를 보였음에도 불구, 세수효과는 낮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1998년 이후 소득세법 개정 내용이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중장기 조세개혁 방향에 역행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득세의 세수효과가 감소추세를 보인 것은 정부의 각종 공제제도 확대를 통해 세원이 좁아졌기 때문"이라며 "과도한 공제제도는 면세점을 높여 소득세 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공제제도를 대폭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우리나라의 소득공제가 많은 이유는 자영업자들의 낮은 소득 포착률과 형평을 맞추기 위해 근로소득에 높은 공제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소득세 공제제도 정비를 위해서는 자영업자에 대한 소득포착률을 높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영업자의 정확한 소득신고를 위해 이들 계층에 대한 세무조사의 강도를 높이고 탈세에 대한 가산세율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여러 가지 조세유인제도를 통해 기장을 통한 신고납부행위를 유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
이와 함께 그는 '과표구간 상향조정시 근로자보다 고소득자가 많은 자영업자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간다'는 재정경제부의 주장에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소득파악이 정확히 이뤄지고 과세가 되면 소득 수준이 높은 자영업자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과표구간 조정 문제는 자영업자 소득파악을 위한 다양한 정책방안으로 풀어야 하며 소득세 과세구간의 기준금액을 현 상태로 유지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