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76)이 회장으로 있는 투자회사 버크셔 해세웨이 소유 회사들 가운데는 업무용 항공기를 빌려주는 '네트제트(NetJets)'라는 회사도 있다.
버핏은 요즘 이 회사 때문에 남모를 고민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이 회사에 상당한 세금 부담을 추가로 안겨줄 것으로 보이는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항공사들의 연방 세금을 깎아주는 대신 네트제트와 같은 업무용 항공기 임대 회사나 업무용 항공기를 운행하는 대기업들이 내는 세금을 대폭 올리겠다는 것이 법 개정안의 골자다.
부시 대통령의 의도대로 법이 개정될 경우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곳은 네트제트 외에 제너럴 모터스(GM)와 엑손 모빌 등이다.
아메리칸 항공과 콘티넨털 항공 등 미국의 대형 항공사들과 승객들이 연방 정부에 내고 있는 세금과 수수료는 연간 76억8천만 달러에 이르는데 부시 대통령은 이 중 16억8천만 달러를 깎고 60억달러만 받겠다는 생각이다. 대신 업무용 소형 항공기를 운항하는 업체가 내는 세금과 수수료를 크게 올려 이를 보전하겠다는 것.
현행 법은 뉴욕과 플로리다 사이를 운항하는 보잉 757-200 제트 여객기의 경우 한번에 2천15달러를 세금과 수수료로 내도록 하고 있는 반면 제너럴 다이내믹스가 자가용 항공기로 제작한 '걸프스트림 4'에 붙는 세금과 수수료는 236달러밖에 안된다.
관제사들은 대형 보잉 여객기나 소형 자가용 항공기에 똑같이 신경을 쓰는데도 세금이 이처럼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것이 미 연방항공국(FAA)의 판단이다.
이를 근거로 부시 대통령은 보잉 대형 여객기의 세금을 1천298달러로 내리고 걸프스트림은 837달러로 올릴 계획이다.
부시의 이런 계획은 미 의회 안에서 정당을 초월한 치열한 싸움을 촉발시켰다. 대형 항공사들을 대변하는 '항공운송협회'를 상대로 네트제트와 GM, 엑손모빌을 포함한 8천여 회사를 대변하는 '전미 비즈니스 항공협회'와 '항공기 소유주.조종사 협회'가 대 의회 로비전에서 협공을 하고 있다.
'항공운송협회'의 제임스 메이(61)회장은 "우리는 너무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며 "우리 승객들이 기업용 항공기를 계속 보조하도록 강요받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매리언 블레이키 FAA 국장도 '공정'을 기하기 위해 현행 세금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전미 비즈니스 항공협회'측은 부시 대통령 의도대로 법 개정이 이뤄지면 소형 항공기 소유자와 운행업자들은 "엄청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소형 항공기 이용이 감소하면서 아예 이용을 중단하는 사람들도 줄을 이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제 시스템 등의 비용은 주로 대형 항공사들이 일으키는 항공 교통 체증 때문에 발생하므로 이들 항공사가 세금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편 미 상원 상무위원회도 부시 대통령의 방안과 비슷한 계획을 이번 주 중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이 계획은 기업용 소형 항공기를 운항하는 회사의 세금을 연간 5억 달러 올리는 대신 대형 항공사의 수수료를 1억5천만 달러 감경해주는 것으로 돼 있다.
'전미 비즈니스 항공협회' 등은 상원의 계획에도 반대하고 있다. 또 업무용 항공기 사용자들은 농민과 항공 앰뷸런스 운전기사 외에 소형 항공기 의존도가 높은 시골 지역 주민들과 연대해 부시 대통령과 상원의 계획을 좌절시키려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