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9일 "일부 언론과 한나라당에 정말 많이 시달렸다. 어떻게 아직까지 대통령을 하고 있는가가 의문이 들 정도"라며 그간 국정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 등 광주·전남지역 시민사회 인사와 지인 등 30여명과 함께 무등산을 등반하고 "(한나라당이) 반대는 안 하면서도 (정책을) 흔들어 대서 정책을 제 때 추진하기가 너무 힘들다"며 이 같이 밝혔다고 천호선 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한나라당이 절대 안 된다고 끝까지 반대한 법은 국가보안법, 사학법, 개헌 세 가지 정도인데 이것말고 (한나라당이) 딱 부딪쳐서 반대하는 법이 어떤건지 모르겠다"며 "부동산 문제도 한나라당은 반대는 하지 않고 있지만 흔들어대고 발목잡고 진을 다 뺀다. 대북정책은 퍼주기라고 흔들고, 북핵문제가 불거진 때에는 느릿느릿 대응한다고 공격했다. 그러나 결국 가는 길은 그 길이다. 참여정부가 가는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지방) 균형발전도 마찬가지다. 교육정책에 대해서 지금 반대하고 있는데 그것도 바뀔지 모르겠다"며 "앞으로 한나라당 후보가 참여정부 주요정책 중에서 안하겠다고 부정할 정책이 몇 개나 있을지 모르겠다. 지켜볼 일"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노 대통령은 "우리는 북핵위기·카드위기를 안고 출발했고 석유값이 그동안 두 배 오르고 환율이 30% 올랐다. 이런 것들을 안고 오는 동안 한 번도 제대로 한다는 말을 못듣고 왔다"며 "그러나 결국 제가 하자는 대로, 여러분이 하자는 대로 가고 있다. 작통권이 제기된 당시 여론조사를 보고 힘들고 괴로웠다. 환수 반대가 많았지만 지금은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지 않는다. 이렇게 멀리 보면 보인다"고 강조했다.
한미 FTA에 대해 노 대통령은 "옥신각신 시비가 많다. 90%의 국민에게 득이 있고 10%에게 손해가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한편으로는 경쟁력있는 부분을 키워야 하고 역사를 보면 물질문명에서 승리한 사람이 지배한다. 우리는 지배를 원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낙오하면 지배를 받고 힘이 있어야 평화를 지킬 수 있다. 역사를 보면 통상을 주도하는 나라들이 그 주변을 지배해 왔다"며 "교류하지 않는 문명은 망하거나 후퇴한다. 경쟁에서 이겨야 하기에 저는 국민의 능력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FTA를 결정했다. 이겨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정치인으로서는 행복하지 않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은 최근 불거진 지역주의 논란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아직도 정치인으로서는 행복하지 않다"며 "정치인으로서 정치도 정치답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민주정치는 각자가 자기주장을 펼치고 마지막에 규칙에 따라 결론을 내는 것이다. 그래서 대립은 필연적지만 문제는 결론을 낼 수 없는 대립"이라며 "결론을 낼 수 있는 대립은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주의나 연고주의처럼 '너는 안된다'라는 식의 대립은 결론을 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내가 어느 당 소속이건 대구에서도 광주에서도 대전에서도 조금이라도 당선되는 의원이 두루두루 있어야 좋은 정책을 만들 수 있다. 그래야 지역주의 싸움도 말릴 수 있어 그것을 한 번 해보고 싶었다"며 "그러나 자동차 밧데리가 떨어졌다. 우리당이 가다가 못 간다고 주저앉아 버리고 멀리 보자고 해도 멀리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의고 그 다음에는 대세를 만들어야 한다"며 "제가 속한 조직의 대세를 거역하는 정치는 하지 않겠다. 그러니 여러분도 쉽게 포기 말았으면 좋겠다. 패배주의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대의를 강조해서 지역주의로 돌아가는 통합은 적절치 않다고 얘기했지만, 그로 인해 당이 분열되거나 깨지는 것도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노 대통령이 재임중 무등산에 오른 것이 이번이 처음으로 노 대통령은 전날 '5·18 행사' 이후 광주에서 1박을 한 뒤 이날 아침 무등산에 올랐다.
이날 등반에는 서남해안포럼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과 조영택 전 국무조정실장 등 광주·전남지역 시민사회 인사와 지인 등 30여명이 동행했고, 청와대에서 문재인 비서실장, 백종천 안보실장, 전해철 민정수석 등이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