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그동안 과세에 적용돼 오던 예규·심사례를 무시하고, 개정되기 전의 세법만을 적용해 과세했다가 납세자에게 세금을 돌려주게 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21일 국세심판원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2005년 국내의 한 기업에 대한 법인세 정기조사를 벌인 후 이 회사가 지난 2000년과 2001년 두 차례에 걸친 유상증자를 통해 특수관계자간 이익분여가 있었다는 점을 확인하고 2002년 사업연도의 법인세 9억5342만원을 경정 고지했다.
문제는 이 회사가 유상증자하기 전·후의 주식가액이 모두 '0원' 이하로 평가됐다는 점. 현행 세법에서는 증자 전·후의 주식 1주당 가액이 모두 '0' 이하인 경우 이익이 없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법인세 등의 관련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
그러나 국세청은 이러한 내용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단서규정이 지난 2003년 이후 최초로 증여하는 분부터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지난 2001년과 2002년 이 회사가 유상증자한 점에 대해서는 소급적용을 할 수 없다며 법인세를 경정해 과세했다.
이에 대해 이 회사는 "지난 2003년 시행된 상·증여세법 시행령의 단서규정은 신설되기 전부터 예규와 심사례 등을 통해 인정돼 오던 것을 단순하게 확인한 규정에 불과하다"며 과세에 불복,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심판원은 결정문에서 "상·증여세법 시행령이 개정되기 전에도 이미 재정경제부 예규와 심판결정 등을 통해 시행돼 왔다는 점이 확인된다"며 "2003년 개정세법에서도 개정이유에 대해 재경부 예규를 명확화한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판원 관계자는 "과세 당시의 예규와 선결정례를 적용할 문제로 바뀐 법을 소급적용하지 않는다는 국세청의 해석은 잘못된 것"이라며 "국세청의 법인세 과세처분은 부당한 것으로 판단돼 인용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