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총액주의 과세, 조세법률주의 위배…허용 불가"
지난 2006년 전국을 휩쓴 '바다이야기(사행성 게임장)사태'의 여진(餘震)이 또 다른 형태의 '파장'을 일으킬 조짐을 보이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 동안 사행성 게임장들과 국세청이 물밑에서 벌인 '과세분쟁'이 점차 표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바다이야기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국세청은 전국에 산재한 대형 사행성 게임장 수 십여곳에 대해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실시, 각 게임장에 대해 수 백만원에서 많게는 수 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추징했었다.
이 과정에서 국세청은 현행 '세법예규'에 따라 게임장들에 대한 부가가치세 과세를 단행했지만 게임장들은 국세청의 과세처분에 반발, 국세심판원 등에 무더기 과세불복을 제기했고 심판원은 현재까지 수 십여건에 달하는 게임장들의 과세불복을 모두 '기각'시켰다.
그러나 심판원의 기각결정을 받은 일부 게임장 업주들은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최근 법원에서 국세청이 게임장 과세에 적용한 과세논리 자체를 부정하는 취지의 판결이 내려지면서 '대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28일 국세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광주지방법원은 최근 사행성 게임장 업주 A씨가 목포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가가치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 대해 "(국세청의 과세는)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재산권의 보장 및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 국세청, 사행성 게임장에 어떤 과세논리 적용했나=국세청이 사행성 게임장을 세무조사하면서 적용한 과세논리는 '부가가치세 총액주의'. 국세청은 이 논리를 바탕으로 개별 게임장에 대해 수 백만원에서 많게는 수 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추징했었다.
통상적으로 부가세 과세표준은 매출액에서 각종 비용 등을 제외한 뒤 순수하게 남은 수입금액을 바탕으로 설정된다. 그러나 국세청은 사행성 게임장들에 대해서는 다소 '독특한(?)' 과세표준 설정법을 적용했는데(총액주의), 이 방법이 문제를 일으킨 것.
게임장 업주들은 이용객들이 게임기에 투입한 금액 중 5000원의 상품권 수수료(상품권 액수의 10%, 배당률 차액 3%)가 부가세 과세표준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용객들이 투입한 금액에 대해 97%의 환급률을 보장, 전액을 게임장의 수입금액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
그러나 국세청은 이와 달리 이용객들이 게임기에 투입한 금액 전체를 게임장의 수입금액으로 삼아 이 중 10%(세율)를 부가세로 납부하는 것이 맞다는 논리를 적용했다.
예를 들어 이용객들이 게임기에 10만원을 투입할 경우 97%의 승률이 적용, 최소한 9만7000원은 상품권 등으로 환급받아 가기 때문에 나머지 3000원만이(상품권 수수료)게임장의 실제 수입금액임과 동시에 부가세 과세표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게임장 업주들의 주장인 셈.
반면 국세청은 이용객들이 투입한 10만원 전액을 게임장들의 부가세 과세표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럴 경우 세금의 액수는 300원(게임장 업주)과 1만원(국세청)으로 천양지차(天壤之差)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다툼이 발생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 '무너지는' 부가세 총액주의=지금까지 국세심판원은 수 십여건에 달하는 게임장들의 과세불복에 대해 '기각'결정을 내렸다. 국세청의 과세논리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 현재도 결과가 뻔한(?) 유사 과세불복건 수 십여개가 계류 중에 있다.
그러나 광주지법의 '시각'은 완전히 달랐다. 국세청이 총액주의에 근거, 원고인 A씨에게 과세한 부가세 6억2900여만원 중 1340여만원을 초과한 부분은 '몽땅' 취소해야 한다는 것이 광주지법의 판결요지.
광주지법은 "게임장에서 게임기 이용자에게 공급한 상품권과 게임기 이용의 용역 중 부가세 과세대상이 되는 '과세거래'는 게임기 이용이라는 용역의 제공 부분에 한정되어야 한다"며 "따라서 게임기 총 투입금액 중 상품권 액면가에 해당하는 부분은 과세표준에서 공제되어야 한다"며 부가세 총액주의 과세논리를 전면 부정했다.
광주지법은 이어 "게임기 총투입금액을 과세표준으로 본다면 상품권 등에 대해서는 매입세액 공제가 허용되어야 한다"며 "총수입금액 중 일부만을 부가세로 내야함에도 불구 총수입금액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부가세로 납부하는 결과가 되며 이는 헌법이 규정한 재산권 보장 및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 "1심 판결에 불과, 오버는 금물(?)"=국세청과 심판원 등 관계기관에서는 광주지법의 판결을 둘러싸고 시각과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아직까지 1심(지방법원)판결에 불과하고 고등법원을 거쳐 대법원의 최종판결을 받아봐야 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이 대부분.
그러나 광주지법의 판결이 갖는 의미는 단순한 1심 판결의 의미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특히 국세청 및 심판원 일각에서는 국세청이 (게임장들에 대해)무리한 과세논리를 적용해 세금을 추징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이 사실.
즉 국세청의 과세와 심판원의 심판결정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대법원마저도 1심 판결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판결을 내릴 경우 엄청난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국세청이 지난해 공을 들인(?) 사행성 게임장에 대한 세무조사 및 과세가 당시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한 부실조사, 부실과세가 될 공산이 크고 국세청의 논리를 원용한 심판원의 심판결정 또한 부실결정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어느 정도 예상을 한 부분이었지만 아직까지 1심 판결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는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