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국가간 상호합의·APA활성화 추진할 것"
#5년전 인건비 절감을 위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한 의류업체 A사는 현재 해당국가 인건비의 급상승으로 고전을 겪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해당국가 국세청은 A사에 대해 수출가격과 해당국가 내수가격의 2중 가격을 문제삼아 4년을 소급해 이전가격과세를 적용했다.
다소 부당하다싶은 이 세금으로 공장 문을 닫을 위기에까지 처한 A사는 1년 동안의 다툼 끝에 '공장 문을 닫겠다'고 통보, 세금추징액을 줄이는데 성공했지만 더 이상 참지 못하고(?)현재 공장폐쇄를 검토하고 있다.
#제조업체 B사의 사정은 더하다. 지난 1995년11월 착수된 이전가격 세무조사를 통해 1989-2005년(1994년 제외)사업연도에 대해 약 353억원의 세금을 두들겨 맞았기 때문.
현지 과세당국은 B사가 이전가격조작으로 소득을 회피했다고 판단, 결손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납부세액을 발생시켜 소득조정금액보다 많은 세금을 부과해 버렸다. 세금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B사는 현지에서 전면 철수해야 할 위기에 놓여있다.
3일 국세청에 따르면 이처럼 최근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과 현지 과세당국간 '이전가격 세무조사' 마찰의 위험성이 날로 높아지면서 국제적 국제적 문제로도 대두되고 있다.
이에따라 국세청은 "중국·베트남·인도 등을 비롯해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현지 과세당국으로부터 이전가격 세무조사를 받는 등 위험성이 증가, 조세외교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이 같은 현안 해결을 위한 국가간 과세당국의 상호합의·APA활성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전가격(Transfer Price : 다국적기업그룹 내 산하 기업간 원재료 및 제품, 서비스 거래시 적용되는 가격)과세제도란 특정 기업이 해외특수관계자와 거래시 거래가격을 조작, 소득의 임의 조절을 통한 세부담 축소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
상호합의(MAP : Mutual Agreement Procedure)란 국가간의 조세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과세당국간 협의절차로 상호합의절차는 우리나라와 조세조약이 체결된 국가와만 이뤄진다.
APA(Advance Pricing Arrangement, 이전가격 사전승인제도)란 납세자가 국외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 적용할 이전가격(정상가격산출방법)에 대해 국세청의 사전승인을 얻는 제도로 승인을 얻을 경우 이전가격과세를 피할 수 있다.
국세청은 우리 진출기업들이 이전가격과세의 위험에서 벗어나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외국가와 APA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협의)할 방침이다. 특히 대기업들 위주로 활용되고 있는 APA를 중소기업 등도 활용할 수 있도록 '간이APA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APA는 납세자의 이전가격과세에 대한 부담과 과세당국의 업무부담을 일거에 경감하는 장점이 있으나 준비절차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어 현재는 대기업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국제조세 전문지식이 없고 외부 전문가를 이용할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간이APA제도를 도입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안원구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은 이와 관련 "외형이 일정금액 이하(300억원)인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간이APA를 운영할 것"이라며 "제출서류를 간소화하고 처리기간도 1년 이내로 단축함과 동시에 이전가격 적정성 검토시 국세청 전문가가 지원을 하는 형태"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중국 등 우리 중소기업 진출이 많은 국가의 과세당국과 간편APA도입도 협의할 방침"이라며 "현지진출기업이 이전가격과세의 위험에서 벗어나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이와 함께 최근 외국투자기업에 대해 이전가격과세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중국, 베트남, 인도 등과 공동 APA Conference를 개최, 이전가격과세 동향 파악 및 APA활성화 방안을 협의할 방침이다.
실제로 국세청은 지난 2006년9월 OECD국세청장 회의 이후 7개월간 상호합의, APA를 통해 우리 진출기업들에게 도움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에 따르면 2006년9월 이후 총 13건의 상호합의를 통해 외국과세당국의 부당한 과세처분을 시정(과세철회비율 80%)했으며 16건의 APA를 타결해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을 측면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현재 국세청은 31건의 상호합의와 47건의 APA 타결을 추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