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일 있었던 참여정부 평가포럼에서의 강연 내용이 선거중립의무 일부 위반이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결과에도 불구하고 또 한 번 거침없는 강연을 펼쳐냈다.
노 대통령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열린우리당 탈당파 등을 싸잡아 비판하고 선관위의 선거법 위반 결과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어떻게 정치 중립을 유지하냐"며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노 대통령은 8일 전북 원광대학교에서 열린 자신의 명예 정치학 박사 학위 수여식 특강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감세론에 대해 "책임을 다하는 정부는 절대로 세금을 깎으면 안된다"며 "감세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무슨 도깨비 방망이로 돈을 만드냐"고 지적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이 전 시장이 내놓은 감세론은 6조8000억 원의 세수 결손을 가져오게 되어 있는데 6조8000억이면 우리가 교육혁신을 할 수 있고 복지 수준을 한참 끌어올릴 수도 있다"며 "(이 전 시장이 공약하는) 감세론에 절대로 속지 마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특강 서두에서 "학위수여장을 보니 '명박'이라 써놨던데 제가 '노명박'이 되는 건가 싶다"며 "하여튼 이명박씨가 '노명박' 만큼만 잘하면 괜찮겠다. 그렇게 자화자찬 같지만 '노명박 만큼만 해라' 이렇게 하고 넘어가자"고 농담 섞인 말도 던졌다.
□ "대통령이 어떻게 정치 중립 유지하나"= 노 대통령은 선거 중립 위반에 대해 "대통령의 정치 중립론을 말하는데 어떻게 대통령이 정치 중립을 하냐"며 "대통령은 가치·전략을 가지고 정당과 함께 치열한 선거를 통해 정권을 잡고 다음 정권을 지키는 데까지 의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이런 사람에게 정치 중립하라고 하고 또 공무원법에는 '대통령의 정치활동은 열외로 한다' 해놓고 선거는 중립하라고 한다"며 "어디까지가 선거운동이고 어디까지가 선거중립이고 어디까지가 정치 중립이냐. 모호한 구성은 위헌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선거법 제9조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 조항에 대해 "세계의 유례가 없는 위선적인 제도"라며 "정부가 우선 선거법을 함부로 어떻게 할 수도 없어 난감하다. 어떻든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해 향후 법적 대응을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 "회사가 부도나기 전에 여유자금 있다고 모조리 나가"=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탈당 범여권 후보들과 의원들을 향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의 출범은 지역주의에 대항하는 정치세력의 놀라운 승리였다"며 "그러나 지금 좌절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건 바로 열린우리당이 분열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당 의원들이) 노무현 때문에 당이 망했으니 보따리 싸서 우리가 나가겠다 이러는데, 회사가 부도가 나려고 할 때 그 회사가 되려면 이사들이 나가서 자기 집이라도 잡히고 해야 그 회사 사는 것 아니냐"며 "여유자금 바닥났다고 아직 부도도 나기 전에 우수수 나가 버렸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