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증하고 있는 국내 경유의 환적화물에 대한 세관의 수사에 법적인 미비점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중활 국제지역학박사(김해세관 조사계장)는 8일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열린 한국관세포럼 학술세미나에서 '환적화물에 대한 국내법 적용의 한계'라는 제하의 주제문을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김박사는 "국내에 반입할 의사가 없는 가짜상표가 부착된 환적화물이 국내 상표권자의 권익을 침해했다고 할 수 있는지, 또한 이에 대한 세관직원의 조사권한이 있는지에 대해 법률적용의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충실한 법률완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현행 사경법(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행할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법률)에는 세관의 사법경찰관 직무에 대해 '수출입물품의 통관과 관련된' 지적재산권침해사범으로 제한하고 있고, 상표법의 제정목적도 '수요자의 이익보호'에 있어 국내 반입할 의사가 전혀없는 위조상품은 상표법의 범위에서 벗어나 국내에서 수사할 수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1996년 12월 위조상표가 부착된 의류를 수입하기 위해 부산항 보세장치장에 보관하고 있던 중 세관에 검거돼 검찰에 송치된 사건에서 검찰이 관세법상의 수입개념을 들어 수입허가 등 통관절차를 거치지 못한 미수에 그쳤고, 상표법상 미수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혐의 없음' 처분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금괴밀수를 관세법이 아닌 외국환거래법으로만 처벌하게 돼 있어 금괴를 구입한 장물범인 금은방을 처벌할 수 없고, 범죄수익도 환수 할 수 없으며 관세사법이나 환특법 등에는 위반사범들에 대한 세관공무원의 조사권을 주고 있으나 사경법에는 수사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앞으로 FTA가 확대되면 원산지를 세탁하거나 지적재산권 침해물품을 환적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교두보로 활용하는 사례가 급증하겠지만 관세법상 세관공무원이 국내법위반으로 조사하기는 형식적으로나 실체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뒤따른다"며 "세관공무원의 기능과 역할을 좀더 명확히 해 법의 집행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류수현 관세사(오션관세무역컨설팅 대표)는 "환적을 위해 일시적으로 국내 보세구역에 반입된 경우라도 관세법상 수입, 반입의 개념으로 이해하면 조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보기 어렵다"며 반론을 제기하면서도 "현행 사경법에 의해 수사권이 있는 각종 통관사범에 대한 처분권을 관세법에 편입시키는 것을 검토할 시기가 됐다"고 법령정비에 힘을 실어줬다.
류관세사는 또한 "관세법상 상표법에 의해 등록된 상표권을 침해한 물품은 수출 또는 수입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정작 상표권을 침해한 물품을 수출입한자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며 "관세법 개정시 벌칙규정을 편입시키는 것이 우선 추진돼야 한다"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