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남의 우편물을 들여다 보는 그사람

-이돈경 서울국제우편세관장-

인사는 만사라고들 한다. 사람이 바뀌면 세상이 바뀌듯 관세청의 일선세관에도 특별한 변화를 일으킨 인물이 있다. 이돈경 서울국제우편세관장(사진)을 만나봤다. 서울국제우편세관은 직원35명이 근무하고 있는 서울본부세관 산하의 작은 일선세관에 불과하지만 항공을 통해 대한민국으로 들어

오는 모든 국제우편물을 검색하는 중요한 일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관세청 전체 마약단속실적의 70% 이상(2006년 160건 중 113건)을 차지할 정도로 마약단속실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런 실적이 1980년에 시작된 서울세관 국제우편출장소시절부터 나온 것은 아니다.

바로 이 세관장이 부임한 2006년부터 단속실적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가 불러 일으킨 혁신때문이라는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그의 혁신은 복잡하지도 어렵지도 않았지만 파급효과는 실적을 두배로 뛰게 할 정도로 강했다.

□"마약적발은 우리가 전담하겠습니다"

그의 첫 번째 혁신은 세관검사시스템의 구조조정이었다.

이 세관장이 부임하기 전 우편출장소 시절 이곳의 마약단속업무는 단순한 X-Ray검사에 그치고 있었다. 마약탐지견은 인천공항세관에서, 수사는 서울본부세관에서 담당했다.

그는 이것을 수사는 본부에서 하더라도 적발은 일단 세관중심으로 다 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또 탐지견 핸들러 두명도 탐지견 활동시간 외에는 별다른 업무가 없어서 나머지 시간에 검사업무를 보라고 했다.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존 검사직원보다 더 실적이 좋았다.

단속업무를 전담케 하고 탐지견 핸들러를 활용해 2명의 인력충원 효과를 낸 것. 대성공이었다.

그의 두 번째 혁신은 서신 등 2㎏이하의 통상우편물에 대한 검사를 강화한 것이다.

국제우편세관에서 취급하는 우편물은 2㎏이하의 통상우편물과 특급우편, 소포 등으로 나뉘는데 당초 통상우편인 편지 등 서신은 관세청이 목적으로 하는 관세징수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검사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그는 마약을 얇게 포장해서 서신에 숨겨 들여오는 경우도 있어 서신검사에도 마약탐지견을 보내고 검색범위를 확대했으며 그결과 적발건수는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대마류 적발건수의 절반 이상이 카드, 편지 등의 서신을 통해 들여오다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또한 대부분 마약탐지견에 의해 적발됐다는 점에서 서신검색에 탐지견을 투입한 그의 노련함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업무를 개선해 나가고 실적이 발생하다보니까 이렇게 하더라도 우리가 100% 검색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놓치는 것이 있을 수 있겠다 싶어 마약정밀검사를 위한 전문인력을 추가로 배치해 달라고 요구했고, 관세청에서도 성과를 인정, 2명의 전문 검색인원을 배정해 줬다"고 설명했다.

결국 그의 노력에 따라 2명의 전문인력이 보강돼, 기존검사요원이 세금부과를 위해 1단계 검사를 하고, 2단계로 X-Ray검색을 거쳐 정밀검사요원이 마무리하는 '저인망식 검사체계'가 갖춰지게 됐다.

□몸싸움하며 해상밀수범 검거했던 기억 '생생'

이 세관장은 서울세관 보세화물담당으로 관세공무원을 시작했지만 이후 수입과, 조사과, 감사관실, 총무과, 정보관리과 등 거치지 않은 부서가 없을 정도로 종횡무진 관세청을 누볐다.

관세청에 몸 담은지 벌써 30여년 "지금 생각해보니 수출입통관업무에 10년, 조사업무에 10년, 일반행정업무에 10년씩 골고루 근무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여러업무를 두루 섭렵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역시 현장에서의 활동적인 기억이었다.

그는 "군산세관 조사계장으로 있을 때 배들이 공해상에서 만나 밀수품을 전달하는 분선밀수를 자주 적발했었는데 깜깜한 밤중에 밀수선을 추적하고 몸을 던져 몸싸움을 하면서 밀수범을 검거한 기억들은 지금도 생생하다"며 "지금 생각하면 흉기를 소지할 수도 있는 밀수범들을 상대로 젊은 혈기에 좀 무모하다시피 맨몸으로 달려들어 몸싸움을 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당시에 그가 주로 적발했던 것은 중국에서 들여오던 '뱀'.

보통 한번에 5톤 정도씩 적발됐다고 하니 당시 뱀밀수 규모를 알만하다.

그는 "지금도 분선밀수는 성행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근무하는 세관직원들이 상당한 위험을 무릅쓰고 근무하고 있다는 점도 알아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빵점짜리 아빠의 뒤늦은 노력을 알아다오"

관세청을 비롯해 상당수의 공무원들이 근무지와 관련해 불편함을 겪어봤을 터.

이 세관장 역시 유능한 공무원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전국을 돌아다니며 근무한 덕(?)에 가장으로서는 빵점이라고 자평한다.

서울국제우편세관장이자 1남1녀의 자녀를 둔 아버지인 그가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자녀들과 함께할 시간이 적었던 것.

그는 "대전에서 근무할 때에도 주중에 10시, 11시에 퇴근했기 때문에 주말에 가족들이 있는 서울 집에 올라와도 쓰러져 잠만 잤다"며 "군산세관에 있을 때에는 딸아이가 유치원에서 그림을 그려왔는데 아빠엄마얼굴을 그려오라고 했는데 아빠 얼굴을 몰라서 엄마만 그렸다고 해서 가슴이 아팠던 적이 있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가 작년부터 집에서 가까운 서울국제우편세관에 근무하면서부터 아이들에게 점수를 따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훌쩍 커버린 아이들과 가까워지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큰아들은 대학교1학년, 딸아이는 고등학교 2학년.

□"이제는 스스로 찾아서 일해야할 때"

30년간 관세청에 몸담고 있는 그는 "관세청 하면 부정이 있는 기관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던 시기가 분명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지금은 정말 투명해 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991년에 관세청의 전자통관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전국 세관에서의 업무처리가 실시간으로 진행됐고, 그만큼 관세행정이 투명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최근 관세청이 추진하고 있는 BSC 성과관리시스템, 식스시그마 기법을 통한 서비스품질혁신 이런 것들이 결국 관세행정을 더욱더 투명하게 하고 발전시킬 것"이라며 "정보화 전산화가 워낙 빨리 진행됐기 때문에 직원들도 부단히 연구하고 노력해야하고, 이제는 자기가 스스로 찾아서 일해야 하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관세청 정보관리과 근무시절 전자통관시스템의 카자흐스탄수출에 일조하며 "가슴 벅찬 보람을 느꼈다"는 그는 "은퇴후에도 IT·정보업무를 더 공부해서 IT분야에 진출하고 싶다"고 조심스럽게 미래를 구상하고 있다.

□이돈경 서울국제우편세관장은?

1957년 10월 전남 광양출생으로 진상고 졸업후 관세직 9급공무원에 합격했다.

서울세관 보세과에서 공직을 시작했으며 이후 김포세관 감시과, 서울세관 수입과, 관세청 관세조사과, 서울세관 조사과, 군산세관 조사계장, 관세청 감사관실, 인천세관 휴대품검사과, 관세청 총무과, 인천세관 심사관, 관세청 정보관리과 등을 거쳐 2006년 1월 서울국제우편세관장으로 부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