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군표 국세청장 취임 1년] 따뜻한 세정은?

세무조사 선순환 효과, 세수 초과달성, 국제적 위상 제고

'종부세·EITC·고소득자영업자 과세정상화' "진행형"

전후(戰後)세대의 첫 청장이자 행시 20회 시대를 열며 지난해 7월18일 제16대 국세청장으로 취임한 전군표 청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취임사에서 "국민이 공감하는 '따뜻한 세정'을 펼치겠다"고 표방한 전 국세청장은 지난 1년 ▲종합부동산세의 성공적 집행 ▲국세청의 국제적인 위상강화 ▲국세법령시스템 개통 등 대국민 서비스 강화 등의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다.

■ '신고→조사'에서 '조사→신고'의 변화

올해로 41년째를 맞이한 국세청이 40년 동안 견지해왔던 세원관리 순서는 납세자의 신고를 기다렸다가 신고내용을 분석해서 3~4년 후 세무조사로 연결하는 '신고→조사'의 메카니즘. 그러나 전 청장은 '조사→신고'의 순서를 고집했다. '조사→신고→세원관리→조사'의 선순환적 모델의 연결고리가 서로 맞물려 정상적으로 돌아갈 때 그가 생각하는 '국민과 불필요한 마찰이 없는 따뜻한 세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던 것. 전 청장의 이같은 발상전환은 국세청 스스로도 믿기 어려운 놀라운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 6월

국세청은 종합소득세 신고실적이 지난해에 비해 30.4%나 높아진 것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도 믿지 못할 일을 겪었던 것.

이는 지난 40년 동안 국세청은 온갖 지혜를 짜고 모아 소득세 성실신고를 독려했지만 그 때마다 최고실적이 5%내외의 실적에 그쳐, 소득세는 아무리 잘해도 실적을 갑자기 높이기는 불가능하다는 관행적인 인식을 뒤집은 사건이었다.

물론 이런 성과의 이면에는 지난 40년간 축적된 국세청의 세원관리 노하우도 단단히 한 몫 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 걱정 많았던 '따뜻한 세정' 베팅…결국 성공

지난해 7월 그가 '따뜻한 세정'을 표방한 것과 관련 주위의 우려가 많았다. 공정하고 추상같은 이미지를 견지해야 할 국세청이 '따뜻한 세정'이라는 다소 감성적으로 국민에게 다가서서는 일을 그르치게 될 것이라는 우려.

이는 전 청장 스스로도 "따뜻한 세정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면서 결심한 내용이지만, 이를 대외에 표방한 뒤 세수부족 등 국세청 본연의 임무수행에 실패했을 때 주변에서 어떤 평가를 내릴지 내심 걱정했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그러나 전 청장의 "취임당시 국세청 사정을 살펴보면 '따뜻한 세정'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했다. 종합부동산세 관련 업무가 전년에 비해 크게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양도소득세의 실거래가 확대 또 근로소득장려세제 등 국세청에 새롭게 부여된 업무는 크게 늘었지만 국세청에 주어진 인력은 변화가 없는 상황.

결국 청문회를 준비하던 청장이 찾은 해법은 "조사건수와 기간은 최대한 줄이되, 한 건의 조사를 하더라도 엄정한 조사를 하겠다"는 것. 이를 통해 전 청장은 세무조사를 줄임에 따른 '따뜻한 세정'과 함께 조사인력을 대거 빼낼 수 있는 명분을 얻는 1석2조의 효과를 봤다.

따뜻한 세정의 모토는 곧 "납세자 입장에서의 세정을 펼치는 자세"인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세정으로 이어져, 현금영수증 활성화 등 과세인프라 확충에 주력하면서도 ▲부실과세방지 ▲홈택스 고도화 ▲연말정산 간소화 등 '마찰 없는 세정'을 위한 서비스가 크게 강화됐다.

또 지난 3일 국세청 직원들만 봐왔던 '국세법령정보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국민에게 과감히 무료로 공개, 국세청과 납세자가 법령정보와 관련해 대등한 눈높이를 이루도록 정보를 공유하게 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 强과 溫 세정의 조화로 세수 초과달성

전 청장이 취임할 당시만 해도 국세청은 2004년부터 시작해 이듬해까지 2년 연속 세수가 모자라는 등 본연의 임무완수에 실패, 대외적으로 자존심이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전 청장은 "건수위주의 세무조사에서 탈피하여 성실납세자의 조사 부담은 최소화하되, 고의적 탈세에는 엄정한 조사로 성실신고 유도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세수가 부족함에도 세무조사를 줄이는 역발상을 시도한 것.

또 일자리창출·차세대 성장동력 중소기업, 30년이상 지방향토기업, 20년이상 개인사업자등에 대한 조사 유예를 통해 조사 건수를 크게 줄였다. 또, 컨설팅 위주의 간편조사를 활성화했다.

반면 탈루 혐의가 큰 자영사업자, 자료상 및 변칙적 증여세 탈루자등에 대해서는 조사강도를 높이고 조세범 처벌도 강화했다. 지금까지 5차례, 1730명의 고소득자영자를 조사해 8856억원을 추징하고 110명을 조세포탈로 고발했다.

징벌적 가산세 도입, 조사-신고관리의 연계시스템 구축 등 제도도 개선해 탈세대응능력을 크게 강화했다. 그 결과 '탈세=범죄', '성실신고가 최선의 절세'라는 납세풍토가 확산됐고, 지난해 세수를 2조 4천억원 초과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도 이러한 분위기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마감된 법인세 신고결과 자진납부세액이 전년대비 19.2%가 증가한 13조 3천여 억원을 기록했고, 지난 5월 소득세 신고시에는 자납세액이 전년보다 무려 30%가 증가하는 등 올해 사상 최고의 초과세수를 예고하고 있다.

■ 높아진 국제적 위상…국익으로 이어져

지난 1년 동안 전군표 국세청장은 외국 국세청장과 무려 16차례의 국세청장회의를 가졌다. 이처럼 활발한 조세외교를 펼친 역대 국세청장은 없었다. 지난해 9월 취임 2달이 지나기 전 서울에서 개최된 OECD 국세청장회의를 서울선언을 만장일치로 이끌어내면서 성공적으로 개최함과

아울러, 지난 1월에는 캐나다에서 개최된 주요 10개국 국세청장 협의체인 리즈캐슬그룹 창설멤버로 당당히 참여했다.

한국 국세청의 높아진 위상은 중국 진출기업의 증치세(부가가치세) 환급문제 해결은 물론 베트남 국세청의 우리기업만을 위한 현지 간담회 개최 등의 가시적인 효과로 나타났으며, 선진국과의 상호합의조정에서 괄목할 만한 실적을 올리는 등 국익보호로 이어지고 있다.

■ 뭐든 국세청에 맡기면 성공…종부세·EITC

그의 선굵은 리더쉽과 치밀한 전략가로서의 면모가 돋보인 것은 사회적 관심이 집중됐던 종부세의 성공적 집행이었다.

전 청장은 취임직후부터 세무조사 인력 672명을 종부세 인력으로 전환 배치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했다. 종교단체와 납세자단체 등을 직접 찾아가는 거청적인 홍보활동을 펼치고 세액이 계산된 신고안내문 발송, 전담직원 지정 등 치밀한 사전준비를 했다.

그 결과 대상자의 98.2%가 자진신고하는 세정사 초유의 성과를 거뒀다. 이와 함께 국세청에 새롭게 부여된 근로장려세제(EITC) 집행업무에 대해서도 국세청은 사전의 치밀한 전략으로 성공을 미리부터 다짐하고 있다.

■ 인사(人事)가 만사(萬事)

전 청장은 취임이후 1년 간 이뤄낸 놀라운 성과에 대해 "모든 공로를 국세청장에게 돌리는 관행 때문에 국세청장이 돋보이는 것일 뿐"이라며 "모든 공로는 함께 한 간부들과 직원들의  것"이라고 자신을 낮췄다.

사실 어떤 인사이든 일체의 잡음이 없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 명의 승진자를 배출하기 위해선 복수의 경쟁자가 분루를 삼켜야 하기 때문.

그러나 전 청장이 지난 1년 실시한 48차례 8704명에 대한 인사와 관련해선 김호업 前중부청장과 관련된 잡음을 제외하고는 인사관련 불평불만이 거의 나타나고 있지 않다고 한다. 그만큼 인사기준과 원칙에 따른 인사가 패배자도 공감할 수 있도록 이뤄졌다는 반증이라는게 국세청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