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열 전 심판원장, "수 십년 노하우 납세자 위해 활용할 것"
장맛비가 잠시 물러나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13일 오후, 서울 강남역 교보타워 4층에 위치한 한국조세법연구원 본원에서 만난 채수열 원장(세무사, 前국세심판원장)은 무척 건강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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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6시에 일어나서 사무실 인근 헬스장에서 운동을 합니다. 8시30분쯤 인근 콩나물국밥집에서 국밥 한 그릇 먹고 사무실에 오면 정확히 9시가 됩니다. 요즘 저녁을 적게 먹고 술을 줄여서 그런지 몸이 가뿐합니다" 채 원장이 소개한 건강유지 비결. 확실히 수 개월 전 국세심판원장 재직 당시보다 훨씬 활기가 차 있는 모습. 채 원장은 솔직했다. "앞으로 돈을 벌려면 건강부터 챙겨야겠다 싶었습니다. 제 힘으로 헤쳐 나갈 겁니다. 그럴 각오하고 뛰어들었습니다" |
□ "스스로 평가한 '전문성 지수'는 몇 점입니까?"=지난 2월 말 국세심판원장에서 물러난 뒤 개인사무실(한국조세법연구원)을 연 채 원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조세불복 전문가'다.
공직생활의 대부분을 국세심판원에서 근무,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조세불복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 말 그대로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다.
그 만큼 명예퇴직을 전후해 로펌, 회계법인 등의 영입제의가 많았지만 다 거절했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이 가진 전문성을 '(로펌 등)조직의 힘'이 아닌 '스스로의 힘'을 바탕으로 민간에 접목시키겠다는 그의 소신이 '유혹'을 뿌리치는 원동력이 됐다고 전했다.
"조직생활은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왕 민간에서 납세자 권리구제를 위해 일할 거라면 조직의 힘을 빌지 않고 (제가)주체가 되어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납세자 권리구제 분야의 일인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채 원장 스스로가 평가하는 '전문성 지수'는 얼마나 될지 궁금해졌다. 질문을 받은 채 원장은 잠시 머뭇거렸다. 이제 막 (민간의)시험무대에 섰는데 스스로를 평가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을 법도 하다.
"오래 했으니까 남들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네요. 사실 어느 누구에 비해서도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말로만이 아닌 실력으로 보여줄 것입니다. 조세문제로 조세법연구원을 찾아오시는 고객들의 만족도로 증명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웃음)"
□ "공직-민간은 천양지차(天壤之差), 한창 적응 중입니다"=채 원장이 공직생활을 접고 민간에 뛰어든 지 5개월여가 지났다. 명예퇴직 후 부인과 1달 동안 유럽여행을 다녀왔으니 정식으로 민간에 나온 것은 4개월쯤 된 셈이다.
4개월 동안 채 원장의 눈에 비친 민간은 '어렵다'로 요약된다.
"공직사회와 민간 사이에 놓인 엄청난 '갭(GAP)'을 몸소 체험하고 있습니다. 지금 한창 적응기를 거치고 있는데 체질이 하루아침에 변하지가 않으니, 만만치가 않네요"
"공직에 있을 때는 '윤리성'이라는 측면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었는데 솔직히 민간을 겪어보니 지향하는 '가치'가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적응이 되겠죠. 아니, 적응을 해야죠. 민간에서 살아 남는 법을 빨리 체득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 □ "세금부과 억울하십니까? 조세법연구원으로 오세요"=항간에 채 원장이 다른 것은 다 관두고 저술활동에 매진할 것이란 소문도 있었다. 그가 기획하고 있다는 기업M&A관련 서적은 그 상품성이 벌써부터 입소문을 타고 있을 정도. 그러나 채 원장은 저술활동은 잠시 뒤로 미룰 생각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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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세법연구원을 개소한 직접적인 이유다. 채 원장은 "납세자 권리구제를 위한 조세불복대리를 비롯해 기업과 개별 납세자 특성에 맞는 택스 컨설팅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물론 '최고의 품질'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납세자를 위한 서비스 기관(국세심판원)에서 오랜 세월 쌓은 경험을 민간에서 베풀어야지요. 알 차고 질 좋은, 차별화된 서비스를 우리 고객에게 제공할 것입니다. 조세와 관련된 문제가 있으면 한국조세법연구원이 그 해답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공직생활 이후 민간으로 흡수될 후배공직자들에게 '성공사례'로 남고 싶다는 것이 채 원장의 소박한 바램이다.
채 원장은 "솔직히 고위 공직자들이 퇴임 후 로펌이나 정부산하기관으로 가는 것이 관례처럼 여겨져와 (혼자 개업을 한다는 것에 대한)걱정 어린 시각도 많이 받았습니다. 소신을 갖고 시작했으니 성공할 수 있도록 해야지요. 후배들에게 또 다른 선례, 성공모델을 보여주고 싶습니다"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