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 무분별한 의원입법 대통령 재의요구 강화
17대국회 의원 1인당 18건 의원발의…재정부담 과도
제17대 국회에 들어와 정부의도와는 무관한 법률안이 5372건(16대 국회 1912건의 2.8배)이 의원발의 되는 등 의원입법이 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국가재정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등의 의원입법에 대해선 대통령의 재의요구를 강화하는 등 적극 대응키로 했다.
현 추세대로 의원입법이 된다면 ▲국가재정에 과도한 부담을 줘 실제집행이 불가능하고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이 충분한 의견수렴이 없어 국민반발을 초래 ▲부처간의 갈등 초래 등 갖가지 문제점이 드러나기 때문.
또 실질적 정부입법안이면서도 이견이 있는 부처와 협의를 피하기 위해 국회의원들에 기대어 의원입법의 형식으로 법안이 꼼수로 제출, 부처 간 갈등을 일으키는 것도 문제.
법제처(처장 남기명)는 24일 "오늘 국무회의에서 '의원입법의 현황 및 문제점'을 분석해 보고했다"며 "일부 의원입법이 국가재정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등 법집행상의 어려움을 야기, 이에 대한 정부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법제처에 따르면 제17대 국회의원들은 1인당 평균 18건의 의원입법 발의를 하고 있으며, 상임위원회별로는 ▲행정자치위원회 761건 ▲재정경제위원회 677건 ▲건설교통위원회 544건 ▲보건복지위원회 491건 ▲법제사법위원회 457건 순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법제처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특별법의 경우 특별회계 설치에 약 2조5천억원이 소요돼 예산부처에서 반대했지만 지난해 통과되는 등 (이처럼)기획예산처의 의견을 듣지 않아 국가재정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집행 곤란한 법률안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병역의무를 마친 사람에 대해 국가기관 등의 채용시험 시 필기시험 득점의 2퍼센트의 범위에서 가산점을 주도록 하는 내용으로 국방위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한 '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경우 충분한 의견수렴을 하지 않아 여성단체 등의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
부사관(하사, 중사) 근속승진제도를 도입한 '군인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경우는 기획예산처와 중앙인사위원회 등 정부부처 사이에 이견이 있는데도, 충분한 협의가 없이 법이 통과돼 부처간 갈등은 물론 정부정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법제처는 주장했다.
이에 따라 법제처는 국가 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거나 정부정책과 현저하게 다른 내용이 포함된 법률안 등이 의원입법이 됐을 땐, 대통령의 재의 요구권 행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법제처장을 의장으로 하는 정부입법정책협의회의 개최를 정례화하고, 협의결과의 기속력 강화를 위한 법적근거 마련 등 협의회 기능도 강화시킬 방침이다.
또 의원발의 법률안에 대한 정부의 통일된 의견을 법제처에서 국회에 직접 제출해 법률안 심사시 반영되도록 하는 등 국회와의 협의절차 강화하고, 정부의견이 법안 심사과정에 제대로 반영되도록 국회와 정부간의 인사교류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