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측 "李일가 86만평 땅 필패론 근거"
한나라당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 진영간 검증공방이 또다시 전면전 양상으로 비화되고 있다.
지난달 19일 검증청문회를 전후해 공방이 일시 소강상태로 접어드는 듯 했으나 청문회 이후 여론조사에서 일부 지지율 이탈 현상이 발생한 이 전 시장측에서 박 전 대표에 대한 역검증에 본격 돌입하고, 이에 박 전 대표측이 반격에 나서면서 양측간 검증전이 다시 불붙고 있는 것이다.
양 진영은 또 상대측 인사들을 잇따라 윤리위에 제소하고, 지방유세 일시 중단을 놓고 책임론 공방을 펼치는 등 3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한나라당 경선은 그야말로 사활을 건 한판승부로 치닫고 있다.
양 진영은 25일 서로 "끝장을 보겠다"는 결연한 각오로 대변인단을 총동원해 상대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며 감정을 자극했다. `상대후보 불가론'도 주저없이 제기됐다.
이 전 시장측 박형준 대변인은 박 전 대표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를 통해 "천벌을 받을 각오로 질문하겠다. 각종 권력형 비리를 저지르고 행적 자체가 기이한 최태민 목사(94년 사망)와 왜 그리 오랫동안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면서 "국민은 박 전 대표와 최 목사의 관계가 과거완료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며, 더 나아가 미래형이 될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 전 대표가 책임자로 있는 정치조직과 공조직, 사조직에 최 목사의 친인척이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고, 이들이 차지하고 있는 직책은 조직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인사와 자금 관련 부분"이라면서 "최 목사 사위인 정모씨는 사조직 `논현동팀'을 이끌고 있는 배후실세이고, 박 전 대표의 보좌진 L모씨와 또 다른 L모, J모씨는 최 목사의 친인척이라는 믿을만한 제보가 있다"며 해명을 요구했다.
그는 "국가경영의 가장 기본은 공사(公私)를 구분하는 것이고, 의사결정 과정이 얼마나 합리적이고 투명한가 하는 것"이라면서 "박 전 대표가 실체가 불투명한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은 21세기 국가경영자로서의 덕목과는 거리가 먼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박 전 대표측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캠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부터 기회있는 대로 당원.대의원에게 이 전 시장의 본선필패 이유를 말씀드리겠다"면서 "이 전 시장 일가가 전국에 86만평의 땅을 갖고 투기, 은닉, 변칙 증여를 일삼은 것이 이 전 시장 본선 필패론의 가장 중요한 근거"라고 말했다.
그는 "경선이 끝나면 본선까지 120일의 시간이 있는데 이 기간 정부.여당은 `여의도 크기 만한 땅을 사들이면 그대로 값이 뛰는 것이 투기인가 아니면 정상 투자인가', `도곡동 땅은 새발의 피'라며 공세를 퍼부을 텐데 무슨 수로 그걸 방어해내고 본선에서 이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특히 "CEO(최고경영자)와 국회의원을 하면서 이런 일을 벌인 집안이라면 대통령이 됐을 때 무슨 일을 할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일갈했다. 홍 위원장은 이날 `이명박 후보 및 친.인척 전국 토지보유 현황-전국 7개 시도 85만9천여평, 시가 2천300여억원 추정'이라는 제목의 표까지 만들어 공개했다.
양측의 끝없는 검증공방에 대해 김형오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제살깎기식의 네거티브에 우리 후보가 멍들고 국민의 시선은 싸늘해 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불미스런 일이 발생하면 후보가 책임져야 한다. 자기책임 원칙에 따라 행동하고 지지자들의 과열행동을 사전에 막는 조치를 먼저 취하라"며 양 주자의 자제와 집안단속을 촉구했다.
당 중심모임의 맹형규 의원은 당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탈레반에 납치된 우리봉사단 23명의 목숨이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에서 제1당 한나라당은 국민에게 지금 어떤 모습으로 비치고 있는가. 실망스럽고 부끄럽기 짝이 없다"면서 "양측의 맹성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