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 하락폭 사상 두번째
증시가 27일 '검은 금요일'을 기록하며 이틀동안에만 기업들의 시가총액 63조원이 날아간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무려 80.32포인트(등락률 -4.09%)나 하락, 2000년 4월17일 93.17포인트(등락률 -11.63%)에 이어 역대 하락폭 순위 2위에 올랐다.
등락률로는 2004년 6월3일(-4.27%) 이후 최대였다.
이날 오후 3시10분 현재 외국인 순매도는 8천472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됐으며, 개인 순매수(7천136억원)도 사상 최대였다.
또 하락한 종목수는 700개에 달해 2006년10월9일(780종목) 이후 가장 많은 수였다.
코스닥지수 하락폭도 25.22포인트(-3.09%)에 달해 IT 거품이 한창이던 2000년 10월9일 48.2포인트(-8.21%) 이후 최대로 기록됐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전날에 비해 39조원이 감소했다.
이에 따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친 시가총액은 이틀 동안 63조원(유가증권 60조원, 코스닥 3조원)이나 증발했다.
[검은 금요일] 펀드 매니저들 "단기조정 불가피"
주식시장이 이틀간 6% 이상 하락하는 급락장이 연출되면서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주식펀드매니저들은 코스피지수가 꿈의 지수대인 2,000 돌파 직후 단기 급락 조정을 받고 있으나 조정 기간은 최대 2~3주 정도의 단기에 그칠 것이며 조정폭은 10% 안팎을 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 단기 조정 불가피 = 펀드 매니저들은 코스피지수가 1월 초 저점 대비 50% 가까이 단기 급등한 데 따른 부담과 외국인투자자들의 차익실현 매도가 겹치면서 이번에 단기적인 조정국면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조정의 필요성이 높아진 가운데 미국의 신용시장 경색 등으로 인해 금융시장의 유동성이 고갈될 수 있다는 우려와 서브프라임모기지 손실액이 다소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글로벌 증시가 동반 하락한 것이 빌미가 됐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데다 이로 인해 일본의 엔화가 급등하며 일부 엔캐리트레이드 자금의 청산이 나타났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펀드매니저들은 직전까지 국내 증시가 조정다운 조정 없이 수직상승한 만큼 어느 정도 단기조정은 불가피하되 조정에 따른 낙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양정원 삼성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이번 조정은 그간 급등에 따른 단기 조정 형태로 추가 낙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며 코스피지수는 1,800선 정도에서 저점을 형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동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도 "낙폭은 10%를 초과하지 않을 것이며 조정 기간도 길어봐야 2~3주 정도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허장 푸르덴셜자산운용 상무는 "초강세장에서도 가파른 상승 후에는 단기적으로 급락 조정국면이 수반되곤 한다"며 "지난 1999년에도 연간 83%의 급등 이후 단기적으로 10~20%수준의 급락조정이 있었는데 이번 역시 쉬지않고 오른 데 따른 조정"이라고 언급했다.
서정호 하나UBS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은 "고점 대비 10%선인 1,800선까지 조정을 받겠으나 조정기간은 7~8월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대세상승추세 유지 ..단기조정 후 반등 = 펀드매니저들은 그러나 그간 이렇다 할 조정도 없이 급등한 것에 비하면 최근 이틀간의 조정폭은 크지 않다며 앞으로 증시는 10% 안팎의 기술적, 기간 조정을 거쳐 반등해 상승추세로 복귀할 것으로 진단했다.
한국운용의 김 본부장은 "이번 조정은 대형 조정은 아니라고 본다"며 "밸류에이션은 부담스러운 수준에 있지 않고 세계 경제가 4% 이상의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등 펀더멘털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푸르덴셜운용의 허 상무도 "중장기적인 상승추세는 여전하다"며 "이번 초강세장의 모멘텀은 중국과 산유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가의 고성장세 및 높은 투자수요에서 비롯된 것인데 우리 경제가 세계 신성장축의 수혜선상에 있는 한 상승추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저금리 및 고령화 사회 진입 속에 가계자산이 부동산과 저축 중심에서 주식과 펀드로 재편되는 흐름이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국내 경기가 순환사이클상 상승기에 진입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는 지적이다.
삼성운용의 양 본부장은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불안과 신용시장 위축이 글로벌 경제지표에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확실하지 않은 반면 국내 경기와 기업 실적에 대해선 긍정적인 전망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외국인의 매도 강도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데다 국내 기관과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지속되는 등 수급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경수 우리CS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단기적으로 이번 조정이 마무리 되면 3.4분기에따로 100포인트 정도의 조정은 있을 수 있으나 큰 무리 없이 강세장이 이어질 것"이라며 "중국이 꺾일 때까지 계속 갈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펀드매니저들은 증시 조정기를 주식 매수의 타이밍으로 활용할 것을 권했다.
한국운용의 김 본부장은 "중장기 상승추세가 꺾이지 않은 만큼 주식 편입 비중을 낮출 시점은 아니다"라며 "상장사들의 실적 개선 추세가 지속될 것인 만큼 높은 성장세를 보여줄 수 있는 성장주 중심으로 시장에 대응하라"고 조언했다.
푸르덴셜운용의 허 상무도 "대세상승 추세를 전제로 이번 조정장을 분할 매수의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며 "간접투자의 경우도 2~3개 펀드에 분산투자하거나 인덱스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펀드매니저들은 이익 성장 가능성이 큰 조선, 기계, 건설, 소재, 운송 등의 중국수혜주와 인수.합병(M&A) 이슈가 살아있는 증권주, 자동차와 IT 등의 장기 소외주도 주목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우리CS자산운용의 정 본부장은 "하반기에는 특정 섹터에 집중하는 전략 보다는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가 유리하다"며 "우량주나 배당주 펀드, 업종별로는 금융, 조선, IT 등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운용의 양 본부장은 "개인투자자들은 단기적인 시장흐름에 부화뇌동하거나 마켓타이밍을 통한 매매전략을 취하기 보다는 원칙에 충실한 투자전략을 취해야 한다"며 "분할 환매나 분할 매도로 리스크에 대비하고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시장관을 갖고 접근하라"고 말했다.
하나UBS자산운용의 서 팀장은 "장기 상승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유지하되 단기적으로는 리스크관리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며 "반등 때마다 급등 종목의 비중을 낮추는 방식으로 현금비중을 다소 확대하는 전략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