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뛰면서 신한은행의 '골드바'(소형 금괴) 판매수익이 급격히 늘고 있지만 거래시 카드나 현금영수증을 받지 않고 현금으로만 결제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30일 현재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비금융상품으로 금을 판매하고 있는 신한은행의 월평균 금 판매량은 100kg(25억원) 안팎으로 제법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금을 판매하기 시작한 지난 2003년 11월 이래 지금까지 약 530억원 어치의 금을 팔았다. 종로에 있는 대형 귀금속상가 하나 더 있는 것과 마찬가지.
□카드결제는 물론 현금영수증도 발급 안 돼 =문제는 금을 판매하면서 카드결제도 거부하고 현금영수증도 발급해주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은 연말소득공제 혜택을 받기 어렵고, 금으로 증여를 하면서 탈세를 방조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는 것.
최근 선물용으로 금괴를 구매하기 위해 신한은행을 찾은 A씨는 "카드는 안 된다"는 얘길 듣고 "현금영수증이라도 끊어 달라"고 말했으나 현금영수증도 발급이 안된다는 사실을 듣고는 구매를 다음으로 미루고 말았다.
이에대해 신한은행 관계자는 "금이 돈처럼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카드로 구매할 경우 '카드깡'에 이용될 수 있는 등 위험요소도 있어서 카드결제를 하지 않고 있다"며 "밀수금이 아닌 은행을 통해 투명하게 거래하고 있기 때문에 탈세를 방조하거나 뇌물용으로 사용될 우려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까지 금괴는 통화 내지 결제수단으로 봐왔기 때문에 돈을 신용카드로 사지 않는 것처럼 신용카드 결제대상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금괴도 완성된 금제품처럼 신용카드 결제대상인지 여부는 현재 금융감독원에 유권해석을 요청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한 "골드바에 일련번호가 있고 구매시 구매자의 주민등록번호와 인적사항을 적어놓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사용자 추적이 가능하다"며 "금감원 유권해석이 내려지면 그에 따라 신용카드 등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골드바의 일련번호는 녹여서 사용할 수 있는 금의 특성상 무의미 할 수 있고, 카드사용을 차치하고라도 현금영수증조차 발급해주지 않는 것은 소비자들을 이해시키기 어려운 부분이다.
특히 국세청이 지난 7월1일부터 연매출 2400만원 이상의 사업장에서 현금영수증 발급을 의무화하고 있고, 발급거부시 건당 5만원의 신고포상금제도도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2006년 순이익만 1조4000억원이 넘는 신한은행이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소득세법상 은행은 현금영수증 발급의무 없어 =국세청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가맹점 가입을 하지 않는 이상 카드결재나 현금영수증발급의 의무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연매출 2400만원인 구멍가게는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야 하고, 순이익만 1조4000억원이 넘는 신한은행은 왜 현금영수증 발급의무가 없는 걸까?
신한은행의 이런 배짱(?)에는 세법이 든든히 받쳐주고 있다.
현행 소득세법에는 은행, 보험사 등 금융회사는 현금영수증 발급의무가 있는 '소비자상대업종'이 아니기 때문.
소득세법시행령 제210조의 3 및 별표 3의2에는 현금영수증 발급의무가 있는 '소비자상대업종'으로 소매업, 음식업, 제조업, 도매업, 운수업, 교육서비스업 등 12개 대분류 업종을 나열하고 있지만 금융업은 빠져 있다.
돈 자체가 오가는 것이기 때문에 현금영수증 도입취지인 과세표준 양성화를 위한 업종이 아니라는 것.
국세청 관계자도 "금을 사는 것이 돈을 돈으로 바꾸는 것이나 다름없고, 신한은행이 현금영수증 발급을 하지 않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마디로 신한은행이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주지 않는 것은 현금영수증 발급권한이 없는 관공서에서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는 것과 동일하다는 설명이다.
일단 신한은행에서는 골드바 판매시 현금영수증을 발급할 수 있도록 검토중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법의 든든한 후원을 받고 있는 이상 '신한금방'이 현금영수증 가맹점으로 등록할지는 미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