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초부터 서울 수송동 국세청사가 무척 '썰렁한'(?) 모습입니다. 한 주에 통상 2, 3개정도 있었던 대국민 홍보계획 마저 한 건 없을 정도입니다.
이는 전군표 국세청장을 비롯한 국세청 수뇌진들이 대부분 휴가를 떠났기 때문인데요. 전 국세청장도 이번 주 휴가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전 국세청장은 휴가기간 동안 고향을 방문하는 등 휴식을 취할 예정으로 전해졌습니다(아마도 휴가기간 동안 8월말로 예정된 근로장려지원국장 및 서기관·사무관 승진인사에 대한 대략적인 밑그림을 그려오지 않을까 합니다).
이미 여러 간부들이 휴가를 다녀왔지만 아무래도 전 국세청장의 휴가기간인 이번 주가 '피크'인 모양입니다. 오대식 서울지방국세청장을 비롯한 일단의 고위간부들이 전 국세청장과 보조를 맞춰 휴가대열에 합류했습니다.
□ 국세공무원들의 '휴가 딜레마'=그 동안 국세청 직원들은 제대로 된 여름휴가를 가본 기억이 아련할 정도로(?) 격무에 시달려 왔다고 합니다. 게다가 휴가시즌에 맞춰 뭔가 '큰 일'이라도 생기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휴가를 반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현실이었지요.
휴가를 제대로 가지 못한 것은 비단 간부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상사의 거취가 부하직원의 행동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공직사회의 특성입니다. 다시 말해 상사가 쉬지 않으면 휘하 직원들도 윗선 '눈치'를 살피느라 휴가를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입니다.
전 국세청장이 최근 간부회의 석상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직원들이 휴가를 재충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배려하라"고 강조, 사실상 '휴가령'을 내렸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많았습니다.
'휴가를 가라', 고 이야기해도 정작 윗선이 휴가를 가지 않는다면 휴가를 가는 그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이 직원들의 심정이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추상같은 휴가령을 내린 장본인인 전 국세청장이 솔선수범(?), 휴가를 떠나기로 결정하면서 바야흐로 국세청의 화려한 휴가시즌이 본격화된 것입니다.
□ 방콕파, 귀향파‥해외여행, 골프는 '남의 이야기'=휴가를 떠나거나 이미 다녀온 국세청 수뇌진들의 여름나기 형태도 각양각색. 전군표 국세청장처럼 '귀향(歸鄕)파'가 있는 반면, 모 간부들처럼 '방콕파(태국의 수도를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도 있습니다.
성년이 된 자녀를 둔 국세청 간부들은 대부분 '방콕파'에 속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자택근처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고 조용히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휴가를 보낼 계획이라고(이미 보냈거나) 합니다.
방콕파 중에서도 간혹 어린 자녀를 둔 간부들은 자택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해수욕장 등을 찾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고 합니다.
일단의 간부들은 평소 찾지 못한 고향을 찾아 휴식을 취하거나 성묘 등 집안 대소사를 처리하고 온 간부들도 있습니다(고향을 방문할 계획이라는 한 간부는 "모처럼 만의 휴가를 고향에 간다고 하니 집사람 표정이 좋지 않더라"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요즘 흔하디 흔한(?) 해외여행이나 골프장 휴가를 계획하고 있는 이들을 찾기가 힘들다는 점입니다. 물론 휴가기간이 그다지 길지 않은 측면도 있지만 최근의 '사회적 악재' 때문인 측면이 많다는 것이 국세공무원들의 전언입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에는 일단의 우리 국민들이 테러리스트들에게 인질로 붙잡혀 생사(生死)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이를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정부가 상당히 난처한 입장에 처해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휴가임에도 공직자된 도리(?)로 해외여행을 가거나 한가로이 골프장을 찾는 등 '경거망동'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국세청의 한 간부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 휴가를 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휴가랍시고 해외여행을 나가거나 골프를 치러 갔다가 낭패를 볼 가능성도 있는데 '모험'을 감행할 국세공무원들은 아마도 없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