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은 5일 '잘 나가던 기업, 왜 위기에 빠지는가'라는 보고서에서 한 때 블루오션을 창출했던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그 지위를 유지하지 못하고 위기에 빠지거나 영원히 사라져버리는 이유로 ▲현재의 성공에 안주해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거나 ▲고객이 아닌 기업 중심의 의사결정을 내리고 ▲경직되고 굳어진 문화를 유지하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실행력이 없고 ▲조직을 이끄는 지도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 등을 꼽았다.
연구원은 새로운 경쟁자, 기술 등의 등장으로 산업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시기에 기업은 극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을 맞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때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창출하고 조직을 적절한 방향으로 움직이면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지만 많은 기업들은 현재의 성공에 안주해 새로운 기회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위기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필름사업 선두주자였던 125년 전통의 코닥은 1976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했으나 1980년대 후반 디카와 필름사업을 두고 고민하다 전통적인 필름사업을 계속 강화하면서 디지털 기술도 발전시키기로 결정, 전성기의 영광에 집착해 사양길을 걷는 필름사업에 매달리다 큰 위기에 봉착했다고 연구원은 지적했다.
연구원은 아울러 기업들이 고객이 원하는 것을 파악해 제공하기보다는 기업이 갖고 있는 기술이나 단기적 이익에 중점을 두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 커다란 위험에 직면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담배회사인 RJ레이놀즈는 1980년대 들어 흡연의 폐해가 사회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하자 수년간 3억달러의 비용을 투자해 흡연시 연기가 발생하지 않는 담배를 개발, 시판했으나 내뿜는 담배연기를 바라보며 시름을 날려버리던 애연가의 요구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흡연문제를 단지 담배연기의 제거라고 잘못 정의해 시험판매 후 1년도 안돼 시장에서 사라지고 말았다고 연구원은 말했다.
연구원은 현실에 안주해 변화를 외면하거나 거부하려 하는 조직의 경직성은 기업이 신속히 변신해야 하는 경우 치명적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밝혔다. 또 기업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 적절한 시기에 결단을 통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리더를 제대로 육성하거나 확보하지 못한 경우에도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김범열 연구위원은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기업일수록 기업에 위협을 미칠 수 있는 새로운 변화를 이해하고 적절한 대응책을 모색하기 보다는 기존 기술.제품의 입지를 강화하려고 노력하지만 그럴수록 해당 기업은 위기 속으로 한걸음 더 다가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속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는 기업들은 고객, 잘할 수 있는 것, 신념체계에 맞는 것 등 지향하는 바를 명확히 정립하고 조직 전체가 의욕을 갖고 개선과 변화를 지속적으로 시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