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서울대 안덕근 교수는 재경부의 정책연구용역으로 작성한 '반덤핑제도 운영의 투명성 제고방안'이란 보고서를 통해 관세법에 최소부과원칙의 원론적인 명문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계무역기구(WTO) 반덤핑협정 제9.1조에 따르면 산업의 피해구제에 충분한 경우 덤핑률 미만의 관세가 부과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최소부과원칙을 의무조항으로 규정하지는 않았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관세법령에 최소부과원칙이 나타나있지 않지만 실무적으로는 이를 준수하고 있다.
실제로 싱가포르.중국.일본산 알칼리망간건전지 덤핑 사건의 경우 당시 중국과 일본 업체들에 대해 최종덤핑률이 각각 142.75%와 191.81%로 산정됐지만 최소부과원칙에 의해 24.97%로 반덤핑관세가 인하된 바 있다.
안 교수는 "관세법규에서는 EU의 반덤핑규정에서와 같이 원론적인 수준에서 최소부과원칙을 규정하고 실제로 산업피해구제수준을 경정하는 피해마진 결정방식이나 기준 등에 관한 시행규칙은 내규로 남겨두는 것이 제도 시행상 정책적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안 교수는 반덤핑조치로 인한 경쟁제한의 부작용을 완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경쟁상황 검토의 필요성 판단을 무역위원회에 남겨두고 실제로 그러한 검토 과정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필요한 사실관계를 지원받는 방식으로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2003년 1월 발효된 EFTA(유럽자유무역연합)-싱가포르 FTA(자유무역협정)와 EFTA-칠레 FTA에서는 반덤핑조치를 전면 금지하고 대신 경쟁정책을 통해 시장경쟁조건의 왜곡문제를 다루는 것으로 합의한 사례가 있다.
아울러 안 교수는 비교열위산업에 대한 반덤핑조치의 적정성과 관련 "경제적 측면에서 비교열위산업에 대한 과도한 보호는 효율적인 산업구조조정에 장애를 유발함으로써 사회적 비용을 증폭시키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비교열위 개념은 상대적 개념으로 반덤핑조사 상대국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실무적 측면에서 반덤핑관세를 통한 보호가 불필요한 비교열위산업을 판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더욱이 비교열위산업 부문에 대한 판정이 가능하다고 하는 경우에도 반덤핑제도의 취지상 비교열위산업 부문이 저가 수입에 대해 더욱 취약한 구조를 가지므로 반덤핑조치를 부과해야 할 개연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그는 "원론적으로 반덤핑조치의 사용이 비교열위산업 부문의 불필요한 보호에 오용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도입방안으로 "엄밀한 인과관계 판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무역위원회 판정의 전문성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경부는 용역보고서에 대해 "반덤핑규정 중 불투명한 사항에 개선방안을 내놨으며 반덤핑제도와 다른 경쟁정책 등과의 조화를 모색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