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공무원들의 과세권 행사시 '자의적' 해석을 막기 위한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 이를 무시하고 자의적 해석을 통해 세금을 부과한 처분에 대해 국세심판원이 매서운 '철퇴'를 가했다.
심판원은 13일 서초세무서 소속 세무공무원이 납세자 A씨에게 부과한 증여세 1억300여만원은 현행 세법에 어긋나는 부당한 처분이라며 전액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심판원에 따르면 납세자 A씨는 지난 2004년 아버지로부터 주택 한 채를 증여받은 뒤 기준시가 4억5000여만원을 증여세 과세표준으로 삼아 4100여만원의 증여세를 신고·납부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해당 주택의 시가를 7억3000만원으로 계산해 1억300여만원의 증여세를 내라고 통지했다.
이처럼 납세자와 과세관청이 주택의 가액(증여세 과표)을 달리 잡은 것은 현행 법상 규정된 '유사매매사례가액 규정(증여일 전후 3개월 이내에 발생한 거래가액 등이 확인되면 이를 기준으로 증여세를 내야한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러나 국세청의 유사매매사례가액 판단과정이 석연치 않았다. 현행 법상 '3개월' 범위내의 매매사례가액이 있을 경우 이를 증여세 과표로 삼을 수 있다고 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은 A씨의 아버지가 해당 주택을 (증여일로부터)7개월 전에 7억3000만원에 취득했고, 그 동안 별다른 가격인하 요인이 없었다는 이유로 이를 증여세 과표로 잡아버린 것.
이에 A씨는 즉각 심판청구를 제기하면서 "매매사례가액을 시가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증여일로부터)3개월 이내에 발생한 거래가액만을 적용하도록 법률이 규정하고 있다"며 "이는 세무공무원의 자의적 해석을 차단키 위해 규정한 것임에도 불구 7개월전 가액을 시가로 판단해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심판원은 결정문을 통해 A씨의 주장을 인용, "유사매매사례가액 적용시 '기간기준(3개월)'을 둔 이유는 세무공무원이 자의적 해석 개입시 과세형평이 무너지고 납세자의 재산권이 부당하게 침해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법 규정을 엄격히 해석해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심판원은 이어 "조사결과 과세관청이 해당주택의 시가로 본 매매가액 7억3000만원은 해당주택 증여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해당하는 가액이 아니다"라며 "따라서 해당주택의 시가로 볼 만한 다른 3개월 이내 가액이 발견되지 않는한 이를 시가로 판단할 수는 없다"고 과세취소 배경을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