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세율구간 신설 및 비과세·감면정비 대안
최근 정부가 영세자영업자의 세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소득세의 과표구간을 조정하거나 세율인하 또는 공제확대 방식의 세제지원방안을 심도있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그동안 감세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혀오던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선심성 정책을 내놓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세금을 내고 있는 국민들로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정부가 주로 세제지원을 위해 사용해왔던 '공제확대'에서 탈피, 세율인하나 과표구간 조정과 같은 근본적 감세방안을 마련한다는 점은 세금을 잘 모르는 납세자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이 가장 큰 메리트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감세정책의 가장 큰 걸림돌은 국가 재정의 근원인 '세수' 문제다. 적절한 대안없이 무분별하게 세금을 깎아 주다보면 재정여건이 열악해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게 감세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 과표구간 25% 상향↑‥세수 1조3천억↓=지난 1996년 이후 한번도 조정이 없었던 과세표준구간에 대해 정부는 최근 구체적인 조정규모 및 세수감소액수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한 사실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재정경제부 자료에 따르면 과세표준 구간별 금액을 25%정도 상향조정하는 경우 약 1조3000억원의 세수감이 발생하게 된다.
과표구간 금액을 25% 올린다는 얘기는 현재 ▲1000만원(이하 8%) ▲4000만원(이하 17%) ▲8000만원(이하 26%, 초과 36%)으로 돼 있는 것을 ▲1250만원 ▲5000만원 ▲1억원으로 올린다는 의미다.
이렇게 과표구간을 올릴 경우에는 많은 납세자들이 현재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세율을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받아 세부담이 적어지게 된다.
가령 26%의 세율을 적용받는 연소득 5000만원인 근로자는 과표구간 조정에 따라 17%의 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현재 연소득 1000만원~1250만원, 4000만원~5000만원, 8000만원~1억원 사이의 납세자는 한 단계 낮은 구간의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는 셈.
즉 과표구간을 25% 상향조정할 경우 연간 1조30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하기 때문에 과표구간 조정에 대해서는 재정여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게 재경부의 설명이다.
□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시 세수감 대안은?=과표구간 상향조정시 발생하는 세수감을 해결하기 위해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연소득 8000만원 초과 35%)에서 새로운 구간을 신설(1억2000만원 초과 40%-송영길 열린우리당 의원안)해 세수를 충당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고소득자들의 반발을 잠재워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현재 과표구간 조정에 대해서는 여러 의원들의 입법안이 계류중이기 때문에 정부안이 아니면 의원입법 형식으로 조정하는 방법도 있다"며 "과표조정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가 깎아주고 있는 세금, 즉 비과세·감면항목을 정비하거나, 다른 세목에서 세원을 충당하는 방법도 살펴볼 수 있다. 지난해 정부가 깎아준 세금은 21조2082억원으로 관련 내국세의 14%를 차지했다.
올해 일몰을 맞는 비과세·감면제도는 면세 금지금 제도와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 등 16개. 감면 규모만 3조2900여원에 이르며, 지난해 조세감면 규모의 약 15%를 차지한다.
이러한 제도만 정비해도 소득세 과표조정에 의한 세수감소분이 충당될 수 있는 셈. 또한 정부가 탈세방지를 위해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세원투명성 제고방안이 제대로 시행되면 세수확보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재경부는 이와 관련 올해 세제개편안에 금지금과 면세유 등 탈세 규모가 수조원대에 이르는 분야에 대해 집중적인 세원투명성 제고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