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고정사업장 없는 외국기업 과세처분 위법"
최근 국내에서 거액의 수익을 올린 외국계 펀드 등이 국내에 고정사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국세청 과세에 불복해 소송을 벼르고 있는 가운데, 서울행정법원이 미국의 경제전문통신 블룸버그의 한국자회사에 대한 국세청 과세에 대해 국세청 패소결정을 내려 주목된다.
국세청 과세에 정당성이 있는지 여부의 키를 쥐고 있었던 쟁점은 역시 '고정사업장'인지에 대한 판단. 한국 자회사가 컴퓨터 등을 갖추고 사업활동을 벌였던 것과 관련해 재판부는 '부수적이고 보조적인 활동에 불과할 땐 고정사업장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블룸버그 리미티드 파트너십이 한국 내 자회사인 블룸버그 코리아 유한회사에 대해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60여억원을 취소해달라며 종로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블룸버그는 한국 내 고정사업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한미조세협약'에 따라 별도의 법인세 및 부가세 신고·납부를 하지 않았고,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 2002년 세무조사를 통해 블룸버그가 국내에 고정사업장을 두고 정보제공 등 본질적 사업활동을 했다며 과세처분을 내렸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는 지난 2005년 1월 국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냈다가 기각됐으며, 법원에 고정사업장으로 보고 과세한 것은 부당한 처분이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한미조세협약에 따라 국내 자회사에 고정사업장을 통한 상업적ㆍ산업적 활동이 없다면 국내법상 세금이 면제된다"며 "자회사의 장비는 미국의 주컴퓨터로부터 가공, 수정된 정보를 받아 단순히 고객들에게 매개ㆍ전달하는 장치이고 자회사의 업무는 부수적이고 보조적인 활동에 불과해 자회사를 고정사업장이라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블룸버그의 국내 자회사에서 이뤄진 모든 활동들을 결합해 보더라도 그 합산된 행위가 정보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고 이를 판매하는 원고의 본질적 사업 활동 내용에 비춰 볼 때 중요한 사업활동으로 볼 수 없어 과세처분은 위법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