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대리 아닌 본인 조세업무, 직무관련 없어"
세무사가 수입금액을 누락하고 비용을 과다계상한 혐의에 대해 정부가 징계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특히 지난달 세무사 본인의 수입금액 누락·비용과다계상으로 징계를 받은 박 모 세무사가 제기한 소송에서 정부가 패소한 데 이어, 또다시 정부가 패소한 판결이어서 향후 세무사 징계문제와 관련 적잖은 논란이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민중기 부장판사)는 28일 본인의 수입금액 누락 등 장부조작으로 인해 징계를 받은 장 모 세무사가 재정경제부 장관을 상대로 낸 과태료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과태료 징계처분을 취소하고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에 따르면 경북 문경에서 세무사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장 모 세무사는 지난해 4월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은 후, 2003년 귀속 종합소득세 신고에서 자신의 수입금액 252만원을 누락하고 2509만원의 비용을 과다계상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에 대해 세무사징계위원회(위원장 : 허용석 재경부 세제실장)는 지난 2월 "세무사 직무수행에 있어 수입금액 누락 및 비용 과다계상 등으로 세무사법 제12조(성실의무)를 위반했다"며 500만원의 과태료 부과처분을 내렸다.
문제는 세무사의 직무와 관련한 성실의무를 지켜야 한다는 내용의 세무사법 제12조의 해석부분. 즉 장부조작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더라도 그 직무와 관련이 없다면 징계할 수 없지만, 세무사 본연의 업무인 장부기장을 허위로 한 것은 분명 직무와 연관이 있다는 게 재경부의 설명이다.
장 모 세무사는 이와 관련해 "세무신고에서 수입금액을 누락하고 비용을 과다계상한 것은 업무에 관한 행위일 뿐이고 세무사로서의 직무에 관한 행위가 아니므로 징계처분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세무사의 직무는 납세자의 위임에 의한 세무대리, 즉 타인의 조세에 관한 업무"라며 "원고가 종합소득세를 신고한 것은 세무대리가 아니라 자신의 조세업무에 해당하므로 세무사 직무에 관한 행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재경부는 행정법원의 정부 패소 판결에 대해 아직까지 항소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