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의 위법행위를 감시하는 수단으로 도입된 주주대표소송이 기업상대 다른 소송보다 제기율은 낮지만 승소율은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런 분석을 내놓은 시민단체는 법무부가 이중대표소송제를 상법개정안에서 제외한 사유 중 하나였던 '남소(濫訴) 가능성'이 현실과 동떨어진 만큼 소액주주의 기업상대 소송 제기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일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법원도서관 판결정보 검색 시스템을 통해 주주대표소송 제기 현황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0년간 각급 법원에서 제기된 주주대표소송은 판결이 내려진 37건을 포함해 모두 4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연평균 4.4건에 불과한 것으로 공해 관련 소송이 연평균 35건, 산업재해 관련 소송이 연평균 1천994건인데 비해 매우 적은 수준이다.
상장법인에 대해 제기된 주주대표소송은 44건 중 20건이며 시민단체가 주도한 6건을 제외할 때 소액주주들이 자발적으로 주도한 소송은 14건에 불과했다.
주주대표소송 제기율이 낮은 것은 상장법인은 0.01%이상, 비상장법인은 1% 이상의 지분을 보유해야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엄격한 요건과 전문로펌의 부족, 증거자료 확보의 어려움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시가총액 상위 30위 종목에서 주주대표소송 제기에 필요한 0.01% 지분의 평균 시가는 16억6천여만원을 웃돌고 있다.
반면 주주대표소송에서 기업측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 비율, 즉 승소율은 비교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판결이 내려진 주주대표소송 37건 중 제소요건을 못 갖춰 각하된 10건을 제외한 27건에서 원고의 청구가 일부 내지 전부 받아들여진 경우는 17건(63%)에 달했다.
특히 지분율이 1% 미만인 소액주주가 낸 소송 8건 중 5건(62.5%)이 승소 내지 일부승소한 반면 지분율이 3%를 넘어 사실상 소액주주로 보기 어려운 원고가 낸 16건의 소송에서는 6건(37.5%)만이 인용됐다.
또한 37건의 판결 중 손해배상이 청구된 35건의 총 청구액 1조 5천176억원 중 이사의 위법행위 책임으로 받아들여진 금액은 34.3%인 2천 67억원으로 집계됐다.
경제개혁연대는 "미국과 일본은 단 한 주라도 6개월 이상 보유하면 소송을 낼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많은 지분을 필요로 하므로 제소요건을 완화해야한다"며 "주주대표소송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있는 이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해 기업 지배주주가 비상장 계열사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견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