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건설업자 김상진(42)씨로부터 1억원을 받은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이 "돈은 받았지만 어떤 청탁도 없었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일부 부인하고 나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그가 받은 돈의 행방은 검찰 수사에서도 드러나지 않고 있어, 사용처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정 전 청장은 7일 오전 부산지법 제5형사부(재판장 고종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부산국세청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7월 정윤재씨의 소개로 사무실에서 김씨를 2차례 만나고, 다음달 서울에서 식사 후 1억원을 받았느냐"는 검찰의 심문에 대해 "돈을 받았지만 어떤 청탁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당시 가공의 세금계산서 발행에 대한 제보가 있었기 때문에 조사의 범위도 그에 한정됐으며 따라서 (세무조사 무마) 청탁은 없었다"고 말했다.
변호인도 "접견실(청장 사무실)에서 주고받았다는 대화내용과 부정한 처사를 하고 돈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해 정 전 청장에게 쏟아지는 일방적인 비난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정 전 청장은 이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김씨로부터 받은 1억원의 소재에 대해서는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정 전 청장의 법정 진술과 검찰 수사과정에서의 태도로 볼때 1억원의 행방에 대해 말 못할 나름의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행정고시 동기생 등 그를 아는 주변 사람들은 "오랫동안 공직생활을 해 왔고 더 높은 자리까지 꿈꾸던 사람이 지역의 조그만 건설업체로부터 1억원씩이나 받은 것은 말 못할 사정이 있거나 무엇에 씌였기 때문일 것"이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8월 받은 1억원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그새 다 썼을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최근 투입한 대검찰청 계좌추적팀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받은 돈이 모두 현금이어서 정 전 청장이 입을 열지 않는 한 행방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