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대선 때까지는 공식 선거운동이 개시되면 약 3주일간 여론조사 결과공표를 금지했으나, 2005년 8월 개정된 공직선거법에 따라 금지기간이 선거일 6일 전부터 선거일 투표 마감시각까지로 단축됐기 때문이다.
즉, 유권자들이 후보간 지지율 추이를 지켜볼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짐으로써 좀더 많은 정보를 가진 상태에서 지지후보를 선택할 기회를 얻게 됐다는 뜻이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가 유권자들의 투표행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는 학계에서도 상반된 견해가 제시되는 등 확립된 이론이 형성되지 못한 상태다.
한측에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우세해 보이는 사람에 대한 지지현상을 강화시킨다는 이른바 `밴드왜건(Bandwagon) 효과'를 내놓고 있다. 고 건 전 총리의 낙마 이후 고 전 총리 지지자들이 한나라당 이명박(李明博) 후보측으로 몰린 사례가 대표적이다.
특히 막판까지 표심을 정하지 못하는 이른바 부동층의 경우에는 대세가 기우는 쪽으로 투표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뒤지고 있는 후보에 대한 동정론을 형성해 반대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투표장으로 향하게 하는 결과를 도출한다는 `언더도그(Underdog) 효과'는 정반대 이론이다. 2002년 대선 당일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이회창(李會昌) 후보에게 뒤지고 있다는 설이 유포되면서 노 후보 지지자들이 오후 들어 대거 투표장으로 몰렸다는 주장이 그 사례다.
반면 여론조사 결과가 공표될 경우 밴드왜건 효과와 언더도그 효과가 동시에 발생하기 때문에 양자가 서로 상쇄됨으로써 선거결과에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상쇄이론이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여론조사 결과가 유권자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는 판단과 여론조사를 빙자한 선거운동을 막겠다는 목적 때문"이라며 "외국에도 전면허용에서 부분금지 등 사례가 다양해 무엇이 정답이라고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실장은 "여론조사 결과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상은 선거 6일 전까지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 유권자"라며 "그러나 부동층도 대부분 선거에 무관심하거나 이미 후보를 선택했지만 드러내지 않는 이들이어서 여론조사 공표의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선거전을 준비하고 있는 각 대선캠프는 방향을 가늠하긴 어렵지만 당시 선거판의 구도나 분위기에 따라 경향성을 고착시키거나 변동성을 높이는 등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 전략통 의원은 "막판까지 지지율 상의 변동이 없다면 기존 구도를 고착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러나 선두후보의 지지율이 빠지거나 반대로 후발주자의 지지율이 치고 올라가는 등 지지율 변동폭이 클 경우 여론조사 결과가 이런 경향을 가속화할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