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 도로용 토지라고 해도 그 실질적인 내용에 따라서 (상속·증여시)세금이 과세되는 토지도 있습니다. 아무리 십 수년간 도로용으로 사용된 토지라 해도 무조건적으로 '면세부'가 주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지요.
이 같은 경우는 대부분 납세자와 과세당국간 토지 이용에 대한 실질을 바라보는 시각차이에서 비롯됩니다. 그리고 그 시각차이는 도저히 맞닿을 수 없는 자석의 '양극·음극'과도 같습니다.
□ 분쟁의 '단초'…'40㎡ 토지' =분쟁의 씨앗은 고작 40㎡짜리 '손 바닥만한' 토지였습니다. 그러나 이 토지를 바라보는 납세자와 과세당국간의 시각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습니다.
사망한 아버지로부터 40㎡짜리 토지를 상속받은 납세자 A씨는 이 토지가 20여년동안 인근 주민들의 이동통로(도로)로 사용되어 왔다는 점을 들어 상속재산가액을 0원으로 평가해 상속세 신고를 마쳤습니다.
그러나 과세당국은 이 토지를 개별공시지가로 평가해(350여만원) 다른 상속재산가액에 포함해 세금을 부과했습니다. 세액으로 따져봐도 얼마 되지 않을 법한(?)액수에 불과했지만 A씨는 과세당국의 결정을 도통 납득할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A씨는 "인근주민들의 이동통로로 20년 이상 사용되어 왔고 도시계획상 보상계획도 없는 토지로, 이 땅만 판다고 가정할 때 아무도 사지 않을 정도로 활용가치가 없는 땅이다"라고 주장하며 국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습니다.
과세당국은 A씨의 주장에 맞서 "조사해 본 결과 '불특정 다수인'이 사용하는 도로도 아니고 개별공시지가가 있는 개인소유의 사도(私道)이므로 상속재산가액에 포함시키는 것은 정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 분쟁 해소의 실마리…'불특정 다수인' =작은 토지를 사이에 놓고 벌인 납세자와 과세당국의 극한 대립은 국세심판원의 중재로 해소가 됐습니다. 심판원은 과세당국의 '판정승'을 선언했지요.
심판원이 주목한 것은 '불특정 다수인'의 범위였습니다. 심판원은 "해당 토지의 사진 및 지적도 등본 등을 조사해 본 결과 해당 토지는 A씨의 주택과 인근의 B씨 소유의 주택 등 단 2가구의 진입로로 사용된 도로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심판원은 이어 "해당 토지의 경우 불특정 다수인이 사용하는 도로라기 보다는 2가구의 진입로로 사용되는 도로로서 이들을 상대로 재산권 행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재산적 가치가 없는 토지라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우후죽순으로 왔다갔다하는 (도로)토지라면 이들에 대해 통행을 제한하거나 사용료를 일일이 징수하기 어렵지만 단 2가구가 이용하는 토지라면 이야기가 달라진 다는 것이 심판원 결정의 요지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