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대해서는 '형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대법원에 상고할 수 없기 때문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정 회장의 경우 원칙적으로는 항소심 판결로 형이 확정된다고 볼수 있다.
그러나 '사회봉사명령에 대한 법리 판단' 문제를 이유로 제기한 검찰의 상고가 일리가 있다는 해석이 검찰은 물론 법원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이는 서울고법 형사10부가 6일 정 회장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면서 8천400억원의 공헌기금을 포함해 1조원 상당의 사재 출연과 준법경영을 주제로 한 강연ㆍ신문기고 등 이례적인 사회봉사를 명령한데서 비롯됐다.
대법원 예규에는 자연보호, 복지시설 등 기타 지역사회에 유익한 공공분야 봉사활동 등 '노역'을 사회봉사명령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사회봉사명령이 '창의적'이긴 하지만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에서 이론적으로 가능한 시나리오는 4가지.
대법원이 사회봉사명령을 폭넓게 해석해 '법리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면 항소심 판결로써 그대로 형이 확정될 수 있다.
하지만 '법리 판단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우선 대법원이 사회봉사명령에 대한 판단을 스스로 파기하고 집행유예만을 선고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 회장의 양형에 있어 사회봉사명령의 비중을 감안할 때 사회봉사만을 뺀 양형을 확정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결국 법리오해가 받아들여지고 파기환송될 수 있는데, 이 경우 그 취지가 중요하다.
사회봉사명령을 양형의 부가적 사항으로 보고 따로 떼어 재판단을 하라고 할 수도 있고, 사회봉사명령까지를 양형의 묶음으로 보고 전체 양형에 대한 재판단을 구할 수도 있다.
전자의 경우 사회봉사명령만을 예규에 맞게 고치면 된다.
그러나 이번 항소심 판결이 사회봉사명령 이행을 전제로 한 일종의 '조건부 집행유예'라는 점을 감안하면 양형 전체를 재판단하라는 취지로 파기환송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양형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되고 '실형'이냐 '집행유예'냐를 놓고 다시 재판부가 형을 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법원 내부에서 이례적인 사회봉사명령을 들어 "파기환송의 가능성도 있어 보이는 만큼 형이 확정됐다고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하는 것도 바로 이 이유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