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무거동 아파트 신축공사 시행사인 서륭디엔씨가 지난 4일 만기도래한 350억원 규모의 대출채권 원리금 결제를 거부하면서 신용등급이 3단계나 강등됐다. 또 일부 계열사에 대한 매각작업이 진행되면서 자금유동성에도 큰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주는 최근 발생하고 있는 신용등급 하락과 자금유동성 등 일련의 상황들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금융권 일각에서 일고 있는 각종 의혹 잠재우기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또 최근 중소건설업체의 잇단 부도에 따른 위기감이 사회 전체적으로 팽배해지면서 금융감독당국이 이례적으로 시행사 채무 인수 거부로 갈등을 빚고 있는 대주건설과 자산관리자인 한국투자증권과의 분쟁에 중재자로 나서 그 결과에도 귀추가 모아지고 있다.
■ 대주 신용등급 왜! 하락했나
대주건설은 시행사의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경우 채무 인수 의무가 있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가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신용등급이 3단계나 강등되는 조치를 당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7일 대주건설의 기업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일거에 3단계 떨어뜨리고 하향검토 대상에 등록했다.
대주의 신용등급 강등은 아파트 공사나 분양에 차질을 빚거나 금융기관이 만기연장을 꺼릴 경우 우발채무가 확정채무로 둔갑하는 등 최악의 사태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에 놓였다.
단초는 대주건설이 시공을 맡은 울산시 무거동 아파트 신축공사 시행사인 서륭디엔씨가 지난 4일 만기도래한 350억원 규모의 자산담보부증권(ABS)의 상환금을 갚지 못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대주건설측은 "시행사의 채무인수 의사를 주간사인 한국투자증권측에 밝히면서 350억원의 PF-ABS를 인수하기 위해 한투증권에 175억원의 추가 대출을 요구했으나 한투증권이 14%대의 고금리를 요구해와 협상의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신용평가사에 이같은 내용이 유출돼 문제가 야기됐다"며 한투증권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을 내비쳤다.
그러나 금융감독당국이 건설업계 등 경제 전반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양사간 중재에 나서고 있어 극적 타협도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현금유동성 문제없나
금융·증권가에서는 대주건설의 자금 유동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면서 심각한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대주측이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은행권의 만기연장이나 차입조건 악화 등 일련의 우려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주력사업을 조선분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자금유동성에 대한 문제가 불거졌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주는 사업비 3조2000억원을 투입해 전남 화원반도 일대에 단일 조선소로는 세계 2위 규모의 조선소 건립에 박차를 가하면서 현금유동성이 어느때 보다 절실한 상황이었다는 것.
또 국세청의 대주건설과 대한화재에 대한 세무조사까지 이뤄지면서 그룹 자체가 느끼는 부담감과 함께 자금유동성 확보에 나서면서 계열사인 대한화재, 동두천 다이너스티CC 등 그룹 보유 4개 골프장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주건설의 한 관계자는 "모든 채무에 대한 상환의무를 배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최근 세간의 우려처럼 금융권에서의 채무 조기상환이나 차입조건 변경 등을 요구하는 경우는 발생하고 있지 않으며 유동성에 대한 문제 또한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용인 공세리지구를 담보로 산업은행에서 3000억원 규모의 거래 라인을 확보한 상태로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지만, 필요할 경우 언제라도 계열사 매각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 대주건설은 느긋한 자세
대주건설의 위기감이 현실로 나타날 경우 광주·전남지역 건설경기 뿐만 아니라 대주가 전국적으로 시공중인 아파트 건설은 전면 중단사태를 맞이하고 하청업체의 잇단 부도로 이어져 지역에는 메가톤급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들어 아파트 미분양 적체물량이 늘어나는 등 분양율이 절반 이하를 밑돌고 있는 광주지역 주택건설업체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어느때 보다 강력하다.
그러나 대주건설 내부적으로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심각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올해안에 1조원 규모의 현금을 자체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350억원 의 시행사 채무는 법원 공탁을 통해서라고 언제든지 변제가 가능하고 단지 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을 고수하려다 보니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주로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 금융시장에서 긍정적 답변을 이끌어 내는 등 신용회복의 문제점과 주간사와의 원만한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경우 금융권 자금동결에 따른 의외의 변수도 배제할 수 없어 대주 사태는 장기전으로 돌입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