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사실과 다르며, 국세청은 위 합병이 '역합병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회신한 사실이 없으니 착오 없기 바란다. 위 합병이 조세회피를 위한 '역합병' 인지에 대해 논란이 되는 과세 쟁점은, 현재 재경부에서 검토 중에 있다"-9월 7일 국세청
지난 2002년 이뤄진 하나은행과 서울은행의 합병과 관련해 "역합병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받았다"는 하나은행의 주장과 "역합병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은 내려준 적이 없다"는 국세청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어느쪽이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유권해석 내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하나은행은 유권해석을 내린 주체가 '세무당국'으로만 밝히고 있을 뿐, 세무당국이 재정경제부인지 국세청인지는 밝히기를 거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세무당국의 한 축인 재정경제부는 "지난 2002년 하나은행의 사례와 비슷한 유권해석 문건은 최소한 재정경제부 세제실에서는 나간 적이 없다"며 "다만 지난 7월 13일 하나은행과 관련해 국세청으로부터 유권해석을 바라는 질의가 들어온 것은 있다"고 밝혔다.
국세청 역시 "2002년 당시 하나은행이라는 기업명을 적시한 서면질의는 없었다"며 "다만 미루어 봤을 때 하나은행으로 추정되는 서면질의는 있었다"며 이 유권해석이 하나은행 사례에 해당하는 것인지는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조세일보가 13일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하나은행과 서울은행의 합병 본계약이 체결됐던 지난 2002년 9월, 국세청에서는 하나은행의 역합병과 관련한 유권해석으로 볼 수 있는 3건의 유권해석이 나갔다.
3건의 유권해석은 모두 "갑법인(금융업, 거래정지된 주권상장법인, 이월결손금 발생법인)을 합병법인으로 하고 을법인을 피합병법인으로 하여 합병을 하고자 하는 바 합병후 갑법인의 상호는 합병시점에서 을법인의 상호를 사용하고자 한다"는 기본 내용이 같았다.
이를 쉽게 풀이하면 "흑자인 은행이 결손이 누적된 적자은행을 사들이되 거꾸로 겉으로는 적자은행이 흑자은행을 사들이는 형식을 취할 것이며, 합병 이후에는 곧바로 흑자은행의 상호를 사용하겠다"는 말로 대신할 수 있다.
하나은행과 서울은행의 사례와 딱 들어맞으며, 국세청 유권해석 일련번호가 세 건 모두가 같아 하나의 건임을 확인할 수 있다.
3건 중 이번 국세청 과세의 핵심쟁점과 관련 된 것은 "매수회사(갑)가 피매수회사(을)의 자산과 부채를 공정가액으로 평가해 승계하면서 '갑'을 피합병법인, '을'을 합병법인으로 하는 합병의 경우, 합병법인의 이월결손금이 공제 배제되는 역합병 해당여부"를 물은 것.
회사는 유권해석을 바라며 설명한 사실관계에서 "갑법인(금융업, 거래정지된 주권상장법인, 이월결손금 발생법인)을 합병법인으로 하고 을법인을 피합병법인으로 하여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합병을 하고자 한다"고 소개했다.
이와 관련 회사는 "합병 이후 적자법인의 상호는 합병시점에서 흑자법인의 상호를 사용하고자 함"을 밝히고, "(합병당사자인)쌍방은 특수관계법인에 해당되지 않은 경우"라고 단정지었다.
특수관계법인에 해당되지 않는 합병인 것을 전제로 이것이 법인세법에 규정된 역합병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봐 적자법인의 이월결손금을 공제할 수 있는지를 물은 것이 질의의 핵심이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유권해석(서이46012-11677, 2002.09.06)에서 "이 경우는 기업회계기준상 매수회사인 법인이 피매수회사인 법인의 자산과 부채를 공정가액으로 평가하여 승계하면서 피매수회사를 합병법인으로, 매수회사를 피합병법인으로 하는 경우"로 판단했다.
국세청은 이어 "합병당사법인간 법인세법시행령 제81조 제4항 제1호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는 동항 제2호 및 제3호의 규정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같은법 제45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한 합병으로 보지 아니하는 것"이라고 유권해석 했던 것.
당시 법인세법 제81조 제4항 제1호는 하나은행 과세의 최대쟁점인 '동일인이 2 이상의 법인에 대하여 발행주식총수 또는 출자총액의 100분의 30 이상을 각각 소유하거나 출자하고 있는 당해 법인간의 합병일 것'이라는 특수관계자 요건을 정한 내용.
또 같은 항 제2호 및 제3호는 ▲결손금이 많은 법인을 합병법인으로 할 것과 ▲합병등기일 후 2년 이내에 합병법인의 상호를 피합병법인의 상호로 변경등기할 것을 각각 정하고, 법인세법 45조 제3항은 역합병이 규정돼 있었다.
결국 국세청 유권해석 내용을 쉽게 풀어쓰면 "합병당사법인간 특수관계자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하나은행과 서울은행의 합병은 역합병으로 보지 않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질의내용에서 "특수관계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못박아 둔 것이라면 국세청 유권해석에선 "만약 특수관계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으로 해석의 여지를 충분히 남겨, "역합병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은 내려준 적이 없다"는 국세청 말이 사실로 입증되는 것.
이에 따라 이 유권해석이 하나은행이 주장하는 유권해석이 맞다면 "역합병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서면으로 받은 후 합병을 진행했다"는 하나은행의 말은 거짓이거나 유권해석을 오해했을 가능성이 크게 된다.
국세청의 하나은행에 대한 1조원이 넘는 세금의 추징은 결국 하나은행이 쥐고 있다는 유권해석이 결정적인 키가 될 수 없고, 당시 예금보험공사가 가지고 있던 하나은행과 서울은행의 우선주가 발행주식총수에 포함될 것인지의 여부를 가늠하게 될 재정경제부 유권해석에 달려있는 셈이다.
1개 기업에 1조원대라는 추징액은 전례를 찾기 힘든 천문학적인 액수다. 이처럼 보기드문 국세청과 하나은행간의 '세금전쟁'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