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수석대표는 17일(현지시간) "EU 측이 자동차 비관세 장벽 철폐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 문제가 전체 협상 타결에 중요한 문제라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또 김 대표는 "EU 측이 우리 측의 공산품 양허(개방)안에 대해 여전히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고 전해 상품 양허안에 대한 양측의 시각차가 아직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대표는 한-EU FTA 3차 협상 첫날 논의를 마친 뒤 브뤼셀 크라운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협상 상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김 대표는 "베르세로 EU 측 대표가 '심각하게 실망했다'는 표현을 쓰면서 공산품 관세철폐기간을 7년까지 줄인 것은 만족스럽지만 관세 즉시 철폐와 3년 내 철폐를 합한 조기철폐율을 보면 한미 FTA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불만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농수산물에 대해서도 EU 측은 포도주와 위스키, 돼지고기, 치즈, 초콜릿 등을 거론하며 "한국의 민감성을 고려해도 한.미 FTA에 비해 지나치게 불리한 양허안"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EU 측은 유럽지역 자동차업계의 FTA 반대 분위기를 이유로 자동차 분야의 관세철폐 뿐 아니라 기술표준 등 비관세 장벽의 해소가 협상 타결에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이며 우리 측을 압박했다.
이에 대해 우리 측은 "한국의 7년 내 관세철폐비율은 품목 수를 보나 교역액을 기준으로 보나 유례없이 높은 수준"이라고 강조하고 "우리 양허안이 EU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 만큼, 품목별 양허 개선을 논의하자"고 맞섰으나 합의점을 찾는데 실패했다.
EU 측의 조기 관세철폐율은 관세 및 무관세 품목을 모두 포함한 수입액 기준으로 79%에 달해 우리 측의 68%보다 앞서지만 현재 관세가 부과되고 있는 품목만의 수입액을 기준으로 보면 우리 측의 조기 관세철폐율이 58%로 EU의 56%보다 높다는 게 우리 측 입장이다.
양측의 품목별 상품협상에 들어가기 위한 전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김 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상품 양허인데 우리 측은 (양측의 양허 수준이) 비교 가능한 수준이라고 하지만 EU 측은 아직 너무 실망스럽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서로 시각이 좀 다르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원산지 표시 문제에 대해서도 '메이드 인 EU(Made in EU)' 형태를 인정해달라는 EU 측 요구에 대해 우리 측은 식품, 패션 등을 제외한 일반 공산품의 경우 소비자 보호와 정보제공 차원에서 원산지국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양측은 서비스 및 투자분야의 양허안도 교환했으나 서로 불명확한 부분을 협의하는 데 주력해 뚜렷한 진전을 거두지는 못했다.
김 대표는 "우리 쪽에서는 비(非)서비스업의 투자 자유화 관련해 외국인이 투자할 때 부동산의 취급제한 규정이나 공공용도에 따른 제한 규정 등이 너무 개괄적이어서 이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전진이 이뤄진 분야도 있었다.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는 양측이 무관세 유지에 의견을 같이했고 상품표시(라벨링) 분야에서는 정확한 내용 표시를 전제로 여러 언어로 표시할 수 있도록 한다는 데 합의를 이뤘다.
통관 및 무역원활화 분야에서는 협정문안 논의가 상당 폭 진행됐고 국내 업계가 불만을 제기해온 품목분류와 관련해서는 양측의 협의 제도를 두자는 우리 측 제안에 EU 측이 재협의하자는 반응을 보였다.
양측은 협상 둘째 날인 18일(현지시간) 상품 관세를 비롯, 서비스 양허안과 의약품 비관세 장벽협상 등 9개 분야에 대한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