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서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값어치가 있다"며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등 603개 기관들이 지난한해동안 무려 4427억원을 들여 11만2000명이 외유를 다녀온 것으로 감사원의 '공무국외여행'에 대한 감사결과 드러났다.
특히 공무국외여행 중에 국제회의와 행사참여 그리고 업무협의·조사·확인·구매 등 업무와 관련성이 있는 국외여행보다는 시찰·연수·자료수집 등 업무가 특정되지 않은 관광성 외유가 더 많았던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감사원은 18일 "공공기관 감사들의 외유성 남미연수(이과수폭포 관광)를 계기로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전반에 대한 공무국외여행 실태를 감사했다"며 "계획단계의 준비소홀, 부실한 심사·승인 및 사후검증시스템미비 등으로 관광성 여행이 빈번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某기관 및 산하기관 직원 53명은 '정책비교' 목적으로 프랑스·터키·그리이스를 지난해 8월28일부터 10일간 방문했다. 그러나 이들은 방문할 도시의 시청에서 시청방문불가 사실을 사전 통보를 받고도 그대로 강행, 10일간 내내 여행만 다녔다.
또 법령체계 조사를 위해 영국과 독일을 방문했던 某기관 실장도 방문기관과 면담약속도 않은채 여행을 강행, 공식일정 이행 없이 여행에만 소일했다.
감사원은 "선진국 제도조사를 위해 브라질 등을 방문한 某본부장은 선진국 제도조사와는 거리가 먼 쿠리티바시(이과수폭포 인근) 및 쿠즈코시(페루 잉카 인근) 등 관광지 도시인데도 여행계획이 그대로 승인돼 이과수폭포 등의 관광을 할 수 있었다.
해외 현지에 현지사무소와 주재관이 있기 때문에 자료수집이 쉬운데도 자료수집 목적의 외유를 다녀온 것도 상당했다. 某기관은 해외사무소가 있는 런던에 2005년부터 2006년까지 해외자료수집 목적의 출장 72건 중 92%인 66건이나 됐다.
해외 현지 사무소는 본사에서 외유성으로 오는 간부들의 현지 안내인 역할을 할 뿐이라는 세간의 의혹이 사실로 입증된 셈이다.
또 한 기관은 선진경영기법 습득을 한다는 명분으로 지방공사와 공단 경영진을 대상으로 해외연수를 시켰지만 외국기관 방문은 10여일 중에 고작 몇 시간만 했을 뿐 대다수 시간은 관광으로 소일했다.
감사원은 "지방의회 의원의 경우도 의원 1인당 국외여비 예산한도액을 기준으로 매년 예산을 편성하고, 의정활동과 관련도 없는 관광성 시찰을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밝혔다.
승인을 받은 국외여행계획을 허락 없이 현지에서 마음대로 바꾸는 경우도 빈번했다. 실제로 이뤄진 여행일정을 확인·검증하는 절차도 없어서 공식일정을 임의변경해 사적인 여행을 하더라도 관행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
아무도 확인·검증하지 않으니 계획된 강의와 역사탐방 대신 외유기간의 대부분을 골프만 치기도 했고, 해외의 자녀를 만나기 위해 공식일정을 무시했다.
특히 계획된 공무국외여행기간이 끝났음에도 간병휴가 등을 사용해 해외에 더 체류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벌어졌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결과는 중간발표인 만큼 최종 감사결과가 나올 경우 계획과 다르게 사적여행을 한 관련자 및 사전에 알고서도 허위여행일정을 작성한 관련자는 문책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또 간병휴가 등 특정목적의 휴가를 국외관광에 사용한 관련자는 문책하고 해당기관은 주의조치할 계획이며, 공무국외여행 결과보고서의 표준모델(상공권 사본, 면담기록 첨부, 면담사진 등)을 마련해 계획의 이행을 확인할 수 있는 검증장치를 마련키로 했다.
감사원은 이와 함께 유관기관 접대수단으로 해외여행을 시켜주고 경비조달은 허위 국내출장으로 꾸민 기관과 여비·교통비 등을 규정보다 수배 많게 산정한 것도 적발, 해당기관에 관련자 문책과 함께 주의를 촉구했다.
아울러 국외출장 여비를 민간단체 보조금과 기금 용도를 위반해 조성·집행한 관련자, 계획을 부실하게 작성했거나 방문불가 사실을 알고도 국외출장을 주도한 관련자도 문책을 요구할 방침이다.
감사원은 특히 관광성 외유의 재발방지를 위해 구체적인 '국외여행계획서 작성기준' 및 계획의 적합성 검토를 위한 세무심사기준 마련도 강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