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달 31일 보완수사 착수 이후 20여일 만에 각종 의혹의 핵심에 있는 정 전 비서관을 전격 소환한 것은 정 전 비서관을 사법처리할 자신이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검찰은 당초 언론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고소인 자격으로 정 전 비서관을 소환한다는 입장이었으나 피내사자로 소환키로 입장을 급선회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는 수사원칙에 따라 진행되고 있으며 정 전 비서관 소환은 이런 원칙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단순한 고소인 자격은 아니다"라고 말해 그동안 정 전 비서관과 김씨간에 제기된 유착의혹에 대한 혐의를 상당 부분 포착했음을 내비쳤다.
◇어떤 조사 받나 = 정 전 비서관의 청와대 재직 시절인 올 상반기에 수천만원대의 돈을 받은 혐의가 검찰에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근 조사에서 김씨로부터 "올초 정 전 비서관의 청와대 재직 시절 그에게 수천만원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돈을 받았다면 지난해 7~8월 김씨를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에게 연결시켜 주는 등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도와준 데 대한 일종의 '사례금'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소환조사에서는 지난해 8월26일 김씨가 정 전 청장에게 1억원을 전달할 당시 뇌물을 준 사실을 정 전 비서관이 알고 있었는지와 정 전 청장을 상대로 벌인 세무조사 무마 로비에 정 전 비서관이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를 밝히는 것도 조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 청장이 당시 1억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지만 용처가 밝혀지지 않아 '제3자 전달' 가능성도 최근 수사의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연산동 재개발사업과 관련, 재향군인회 대출 및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압력을 행사했는지도 수사의 핵심의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향군인회는 2005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김씨가 실소유주로 있는 I사에 김씨가 요구한 100억원보다 훨씬 많은 940억원을 대출해 대출과정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정치적 파장 확산 = 정 전 비서관이 김씨로부터 돈을 받은 것이 확인되면 개인적으로 도적성에 치명타를 입는 것은 물론 변양균-신정아씨 사건으로 실추될대로 실추된 청와대와 친노(親盧)진영의 위신과 도덕성에도 큰 부담이 될게 확실하다.
정 전 비서관은 지난 10일 3개 언론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추가로 김씨에게 돈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결코 없다"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지난 11일 신라대 강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결백을 주장하면서 국제관계학과 4학년 학생들을 상대로 '떳떳하게' 동북아정세 세미나 수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검찰조사에서 이런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나면 도덕성에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지난 11일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변.신씨 사건과 관련해 유감을 표시하며 정 전 비서관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결과에 따라 입장을 밝힐 기회가 있으면 말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어 이번 검찰조사에서 정 전 비서관이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 또 한 번 사과 발언이 나올 수도 있다.
특히 정윤재씨에 대해서는 '측근비리'라는 표현도 감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그동안 '참여정부'가 표방해온 도덕성이 또다시 실추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