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회장 청와대에서 '쓴 소리'…왜?

○…좀처럼 언론을 향해 입을 열지 않는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이 정부의 규제개혁 미흡을 꼬집는 등 뜻밖의 많은 말을 했다.

이 회장은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성과보고회에 참석, "현 상황에서 한국경제가 필요한 것은 인재개발과 R&D 그리고 규제완화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규제완화를 공격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어 "규제완화는 선진국에서 하는 것 보면 다 나와 있다. (선진국 사례가)교과서다"며 "규제완화가 안 돼 있다고 하기보다는 공격적으로 해야 한다"며 정부의 규제개혁 미흡을 꼬집었다.

정부정책에 그동안 평가를 자제해 왔던 이 회장이 뜻 밖에 '할 소리'를 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 회장은 또 남북경협 방법과 관련해선 "국가와 한반도 민족의 문제로 봐야지 사업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며 "개별공장, 경영권 등 이런 차원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이 회장의 이날 준비된 듯한 발언과 관련 청와대 출입기자들 사이에선 "정권 말기에 그것도 청와대 안에서 왜 이 회장이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 주목해야 한다"며 이 회장의 발언 배경에 대한 갖가지 관측들이 난무했다.

'도덕성'만큼은 강점으로 부각됐던 참여정부가 최근 잇따른 측근비리의혹으로 타격을 받으면서, 이제껏 참여정부 경제정책을 믿고 따라온 것에 대한 자조가 담긴 말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날 청와대 행사에 참석했던 최태원 SK회장은 "이번이 첫 방북인데 특별히 준비하고 있는 경협사업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갑작스런 질문에 "만들어 봐야죠. 만들어보겠습니다"라며 다소 준비가 덜 된 듯 당혹스런 모습을 연출했다.

아울러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도 "하반기 경영환경을 어떻게 보는가. 앞으로 활동계획은 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최근 법원판결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을 의식한 듯 침묵으로 일관했다. 준비가 된 그룹회장과 덜 된 그룹회장이 비교되는 순간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