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인사들은 칩거 3일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손 후보가 경선복귀 의사를 알리고 조직선거.동원선거와 투쟁을 선언하는 수준의 회견을 예상했지만 경선대책본부 해체와 여의도 캠프 사무실 폐쇄라는 예상치 못한 초강수 발언들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손 후보가 회견문 초반에 "혈혈단신 맨손으로 광야에 홀로선 기백으로 돌아가 낡은 정치를 깨부수고 새로운 정치를 열어 정치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말할 때까지만 해도 회견에 배석한 특보단 소속 의원들은 손 후보가 드디어 칩거를 끝내고 경선운동 복귀를 선언한다는 안도감이 엿보였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손 후보가 폭탄발언을 내놓자 갑자기 의원들의 표정이 굳어졌고 회견장에도 아연 긴장감이 감돌았다.
손 후보는 "신당 개혁과 대선승리를 위해서는 혁명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오늘로 경선대책본부를 해체하겠다", "여의도 캠프 사무실을 폐쇄하겠다"는 발언을 내놓은 뒤 경선을 자원봉사자 체제로 치르고 자신은 '또다른 민심대장정'에 오를 것임을 시사했다. TV토론회 불참 입장을 밝힐 때는 의원들의 표정이 심하게 굳었다.
생방송 중간 퓨즈가 나가 마이크가 끊겼지만 손 후보는 더욱 목소리를 높여 새로운 정치를 역설했다. 그는 "설사 대선에 패배해도 낡은 정치를 반드시 바꾸겠다. 손학규에게 힘을 달라"고 외칠 때는 눈시울까지 가볍게 젖었다.
그러나 한 의원은 "이런 내용일줄 전혀 몰랐다"며 사전조율이 이뤄지지 못했음을 드러냈고, 또다른 의원은 "이러면 되나, 회의를 해야지"라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우상호 캠프 대변인은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손 후보는 회견문을 읽은 뒤 별도의 질의응답 없이 후보 사무실로 들어가 의원들에게 소회를 밝히면서 의원들의 양해와 협조를 구했다. 일부 의원들은 눈물을 흘렸으나 손 후보의 말이 끝나자 모두 박수를 치면서 후보의 뜻에 공감했다고 한다.
손 후보는 "나도 모르게 조금씩 내가 해선 안된다고 생각한 구정치와 악습에 빠져든 것을 발견했다"며 "설사 대통령이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 낡은 틀에 묶여있고 그 유혹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은 국민에게 죄악을 짓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사실 지금 나 자신은 막연하다. 막막하다"고 고백한 뒤 "황량한 사막에 나무 한 그루 심는 심정으로 다시 시작하고 싶다"며 "사실 의원 여러분의 도움을 끝까지 받기를 바란다. 또한 모두를 자원봉사자로 만드는 정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민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고 호소했다.
손 후보는 회견이 끝난 직후 29일 예정된 광주.전남 경선을 의식한 듯 곧장 광주로 내려가 지지자 70여명과 함께 5.18 광주민주화묘역을 방문, 구묘역과 신묘역을 차례로 참배했다. 그는 "손학규가 '광주의 아들'이 되겠다고 다짐한다"며 "조직선거.동원선거가 아니라 돈 안쓰면서 자발적 봉사와 지원에 의한 선거를 치르는 것이야 말로 광주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후 버스편으로 경남 창원으로 넘어가 지지자들과 모임의 시간을 갖고 자신의 결심배경을 설명한 뒤 이해와 지지를 구했다. 그는 "기존 조직도 자원봉사 조직으로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손 후보는 22일에도 광주를 재차 방문해 5.18 묘역 벌초에 나서는 등 경선을 일주일 앞두고 본격적으로 호남민심 호소전략을 벌일 예정이다.
한편 김부겸 조정식 정봉부 의원 등 손 후보측은 이날 오전 신당 당사를 방문해 오충일 대표를 면담, 조직선거.동원선거 및 당권거래설 등 각종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서줄 것과 모바일투표 활성화에 당이 적극 나서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이에 오 대표는 "그동안 경선에서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필요한 기구를 설치했다. 당은 누구에게도 편향돼 있지 않다"고 설명한 뒤 손 후보의 토론회 불참에 대해 "경선하는 분은 규칙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손 후보가 회견에서 '경선관리 능력도 없는 지도부' 운운한 발언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고, 손 후보측은 "후보가 지도부에 해명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