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토론회는 앞선 두 차례 토론회에 불참했던 손 후보가 참석해 8일만에 3자대결로 진행된 데다 29일 광주.전남 경선을 불과 이틀 앞두고 열린 것이어서 관심을 끌었다.
세 후보는 선거인단 동원 의혹, 참여정부 실패론, 정체성 등을 놓고 공방을 벌였고 J프로젝트.S프로젝트, 광주 문화중심도시 및 나주 혁신도시, 호남선 KTX 조기완공, 여수 엑스포 유치 등을 제시하며 호남 민심잡기에 나섰다.
◇孫.李, '鄭 책임론' 협공 = 이 후보는 "정 후보가 지난해 지방선거 패배후 대뜸 열린우리당이 실패했다고 했을 때 (정 후보가) 진짜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며 "정치는 죽어도 함께 죽고 이겨도 함께 이겨야 한다. 정 후보는 창당주역으로서 진솔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정 후보는 2002년 민주당 경선 당시 '호남 편중인사가 민심이반의 원인'이라고 했는 데 편중인사가 아니라 호남인사를 키우려는 것이었다"며 "정 후보가 민주당과의 신의도 저버려 호남지역에서 아직 신의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정 후보가 자신과 대학동기였다는 인연을 거론하며 반박하려 하자 "친구 얘기 좀 그만하세요. 공적인 자리에서..."라며 '버럭' 화를 내기도 했다.
손 후보는 정 후보의 열린우리당 탈당을 겨냥, "민심이 열린우리당에서 돌아서니 정치적으로 벗어나겠다는 자세가 떳떳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에 정 후보는 "이 후보가 초반에 그렇지 않았지만 요즘에 조금 바뀌었다. 유시민 의원이 이 후보측 선대위원장으로 간 이후에 기조가 변했다. 시중에 이반유반(李半柳半.이해찬 반 유시민 반)이라는 말도 있다"며 "이 후보가 나쁜 사람이라고 하면 (그 사람은) 나쁜 사람이 되느냐. 신의 심판권을 가졌느냐"고 응수했다.
그는 이어 "호남 편중인사에 대해서 속병를 앓은 사람은 저"라며 "5년전 민심이 민주당에 등돌렸지만 누구도 '아니오'라고 하지 않았다. 아첨은 쉽고 예스맨은 조폭사회에서나 통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孫칩거.정체성' 비판 = 토론회에서는 또 손 후보가 지난 19~20일 경선일정을 중단한 채 칩거에 들어간 부분과 토론회에 두 번이나 불참한 것을 놓고 비판론이 제기됐다.
이 후보는 "김영삼 전 대통령처럼 몽니 부리는 자세로는 국민을 안심시킬 수 없다"고 지적한 뒤 "예전에 손 후보가 경포대라고 해서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이라고 했는 데 요즘은 '경선을 포기한 대선후보'라고 한다"며 "불과 경선을 5%밖에 안치렀는 데 좌절해서 나가면 어떻게 95%를 치르겠느냐. 공격할게 있지만 혹시 나갈까봐 정 후보에게 묻겠다"고 비꼬았다.
손 후보는 "정치에는 기본적 예의가 필요한 데 제게 일방적으로 무슨 말을 했으면 답변할 기회는 주면 좋겠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손 후보의 한나라당 시절에 둘러싼 정체성 공격도 여전했다. 이 후보는 "손 후보 말을 보면 한나라당 말과 차이가 없다"고 쏘아붙였고 정 후보는 "지난번 토론회에서 김영삼 정부를 1기 민주정부라고 했는 데 깜짝 놀랐다"며 '3당 합당'에 대한 평가를 물었다.
손 후보는 "3당 합당은 잘못됐고 특정지역을 고립시키는 합당은 잘못됐다"며 "그러나 김영삼 정부가 민주정부가 아니라면 어떻게 전두환 노태우를 구속시키고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를 했겠느냐. 인정할 것은 인정하되, 그 뒤에 (문민정부가) 수구냉전으로 가는 것에 대해 저는 반대했다"고 반박했다.
◇조직.동원선거 논란 = 손 후보는 "국민경선은 국민의 뜻을 가장 크게 반영하자는 취지였지만 그게 안돼 당내 선거, 당의장 선거처럼 조직.동원선거가 나타났고, 충북에서는 차떼기 동원선거라는 불명예까지 안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솔직히 말해 이번 경선이 일그러진 것은 정 후보에게 큰 책임이 있다"며 "경선에서 어떻게 제도를 잘못 만들다 보니 잘못된 구태정치를 만들게 됐다"고 동조했다.
이에 대해 정 후보는 "나는 선이고 상대는 악이라는 독선이 제일 나쁘다"며 "나를 찍은 9천표는 자발적 참여이고 정동영을 찍은 1만5천표는 대리접수다, 나를 찍은 것은 대선후보로서 찍은 것이고 정동영 찍은 표는 당의장 되라는 식은 이중 잣대다. 내 눈의 티끌을 먼저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 후보는 이어 "참여정부평가포럼이 선거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했는 데 최근 부산.경남 지역을 보면 참평포럼 소속 장.차관이 대거 동원돼 이 후보를 돕고 있다"며 참평포럼 인사들의 이 후보 지원을 겨냥했다.
이 후보는 "참평포럼이 뭔지도 잘 모른다"며 "전직 장차관 100명이 모신 것도 아닌 데 자문해주겠다니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고 되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