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스 "모기지 위기 FRB 통화정책 계속 부담..美 금리 3.75%까지 하락할 듯"
미국과 유럽의 최대 은행들인 씨티 그룹과 UBS가 지난 3.4분기 막대한 손실을 입은 것으로 1일 나타남으로써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동과 이로 인한 신용 경색이 전세계 금융시장에 큰 타격을 가했음이 거듭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은 "세계 경제의 황금기가 지나갔다"고 경고했으며 '채권왕'이란 닉네임을 갖고 있는 월가 투자자 빌 그로스도 "주택시장발 위기가 몇년간은 FRB를 계속 괴롭힐 것"이라고 말해 향후 전망도 결코 밝지 않음을 뒷받침했다.
씨티그룹은 1일 3.4분기 순익이 60%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처럼 실적이 악화된 최대 원인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연계 채권과 기업 차입매수 대출의 부실로 초래된 손실이 30억달러가 넘는 점이 지적됐다. 또 부실대출 대손 충당금으로 20억달러가 반영된 점도 덧붙였다. 반면 분기 매출은 한해 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UBS도 3.4분기에 모기지 파동 등의 타격으로 5억1천만-6억9천만달러의 세전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1일 추정됐다. UBS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타격으로 자사가 투자한 헤지펀드인 딜론 리드 캐피털 매니지먼트 청산 비용을 포함해 34억달러 가량의 손실이 발생하면서 지난 2002년 이후 처음으로 분기 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UBS는 악화된 경영 실적에 대한 책임으로 지고 휴 젱킨스 투자은행부문 사장과 재무책임자(CFO)가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인력의 7% 가량인 1천500명을 감원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상당 인력은 크리스마스 이전에 감원 통보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씨티그룹도 경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척 프린스 최고경영자(CEO)가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그러나 프린스는 1만7천명 감원 등을 통해 연간 46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한다는 방안을 내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 저널은 1일자에서 씨티그룹 최대 개인 주주인 사우디의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가 프린스에 대한 신임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또다른 주요 은행인 크레디 스위스가 3.4분기 적자를 내지는 않았으나 모기지 파동으로 인해 수익에 "큰 타격이 가해졌다"고 전했다. 도이체방크 역시 3.4분기 흑자를 유지하기는 했으나 모기지 파동의 타격이 컸다는 점을 인정했다.
영국신문 더 타임스는 2일자에서 씨티그룹과 UBS의 분기 손실이 합쳐서 100억달러 규모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그린스펀은 1일 BBC 방송 회견에서 "세계 경제가 향후 몇년간 매우 불투명하다"면서 "호시절이 지나갔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처럼 비관적으로 보는 이유로 갈수록 금리가 높아지고 인플레 압력도 가중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점을 지적했다고 BBC는 전했다.
미국 경제에 대해 그린스펀은 주택시장 둔화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침체에 빠질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최악의 시나리오가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면서 그렇게까지 나빠지지 않아도 상당폭 둔화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고금리와 공공지출 증대 압력, 그리고 원자재값 강세로 인한 인플레 부담 재현으로 인해 갈수록 여건이 나빠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린스펀은 지금의 금융 소요가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외에 달리 뾰족한 수가 없을 것이라면서 정부의 개입이 때로는 득보다 해가 더 많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린스펀은 그러나 이날 런던에서 로이터 주최로 열린 포럼에 참석해 지금의 신용 위기가 거의 끝나는 시점에 와 있는지 모른다는 진단도 덧붙였다.
BBC는 그린스펀이 지난 90년대의 IT '신경제붐'에 고무돼 경제를 낙관적으로 전망해오다 최근에 비관론으로 선회했음을 상기시키면서 그만큼 금융시장 여건이 나빠졌음이 거듭 확인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그로스도 1일 낸 10월분 투자전망 보고서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향후 몇년간은 계속해서 FRB 통화 정책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연방기금 금리가 6-12개월 안에 더 떨어져 3.75%까지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방기금 금리는 지난 9월 18일 4년여 만에 처음 인하돼 4.75%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