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국방위원장, 예우는 극진했지만 표정은 '사무적'

2007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에 도착하기 직전인 11시 55분 경,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미리 도열해 있는 북한 육·해·공군으로 구성된 명예위병대 사이로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만 해도 서울 프레스센터의 기자들 사이에선 '역시나'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지난 2000년에 이뤄진 김대중-김정일 두 정상의 회담에서 평양 순안공항에 김대중 당시 대통령을 맞으러 직접 나와 극적인 상황을 연출한 김 위원장에 비춰, 당초 첫 만남이 예정됐던 백화원 영빈관보다는 앞

선 곳에서 노 대통령을 맞이할 것이 예측됐었기 때문.

특히 김 위원장이 평양 환영식으로 첫 공식행사가 예정됐던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 광장에서 행사 1시간 전에 갑작스레 환영식장을 4.25문화회관으로 바꿔줄 것을 통보하면서 김 위원장의 극적인 등장은 이미 예견돼 있었다.

노 대통령의 도착보다 5분이나 앞서 행사장에 나타난 김 위원장. 당연히 노 대통령이 도착하면 최소한 뜨거운 포옹은 있을 것이라는 것이 어렵지 않게 짐작됐다.

그러나 12시 2분경 북측에서 준비한 무개차에 동승한 김영남 최고위원장과 함께 노 대통령이 내릴 때부터 상황은 묘하게 냉각됐다. 시종일관 웃음을 지은 노 대통령과는 달리 김 위원장은 무표정한 모습에 몸을 비스듬히 기운 채 한발도 떼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

이후 북측 요인을 소개하거나 환영인파에 박수로 답례하는 모습에서 이따금씩 미소를 보였을 뿐, 김 위원장의 표정은 무척 가라앉은 분위기가 역력했다. 5분 전 행사장에 나타나는 등 극진한 예우는 다했지만, 표정은 예우를 따라오지 못했던 것.

이 때 서울 프레스센터의 기자들 사이에선 "김 위원장이 노 대통령과 동승, 백화원 영빈관으로 가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으며, 그 예측은 정확했다.

7년 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을 맞이한 김 위원장과는 대조되는 순간이었다. 호탕한 웃음과 농섞인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것. 당시 14살 연상의 김 前대통령에 대한 예우와 4살 연하의 노 대통령을 비교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차이는 많았다.

좀 더 차분하고 실용적인 정상회담을 장담하고 떠난 노 대통령과 사무적인 모습의 김 국방위원장. 두 정상간 회담 결과가 더욱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