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법무법인이 대부분인 국내 로펌이 소속 변호사들의 의사 결정이나 채무ㆍ책임 부과가 합리적인 유한법무법인 또는 법무조합으로 조직을 바꿔 대형화ㆍ전문화할 수 있도록 설립 요건이 완화된다.
또 '비리' 판ㆍ검사의 변호사 등록 제한이 강화되고 같은 로펌이나 소속 변호사가 피고와 원고의 법률대리인을 동시에 맡지 못하도록 하는 쌍방대리금지 규정의 적용 대상도 늘어난다.
법무부는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로 법률시장 개방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국내 로펌 등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변호사법 개정안을 마련해 5일 입법예고한다고 4일 밝혔다.
개정안은 유한법무법인이 구성원 10명 이상을 포함해 변호사 20명 이상, 또 법무조합은 구성원 10명 이상을 설립요건으로 하고 있어 부담이 크다는 지적에 따라 유한법무법인과 법무조합 모두 구성원 7명 이상으로 요건을 낮췄다.
자본금 요건도 회계법인이 5억원, 세무법인이 2억원 이상인 반면 유한법무법인은 10억원 이상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점을 감안해 5억원 이상으로 완화하고 기존 법무법인이 유한 또는 법무조합으로 언제나 조직 변경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최근 유한법무법인으로 전환한 태평양을 제외하고 국내 로펌 대부분은 의사결정 체제가 전원일치제이고 채무나 책임에 있어서도 구성원 전원이 연대책임을 지는 무한법무법인이어서 신규 사업 결정, 구성원 영입 등의 의사결정이 느리고 대형화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내 5대 로펌의 소속 변호사가 120~250명인데 반해 영국과 미국의 5대 로펌은 2천~3천명의 변호사를 거느리고 있어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회사 형식인 유한법무법인은 출자수의 과반수, 법무조합은 인원의 과반수로 사안을 결정해 의사결정이 빠르고 채무나 책임도 합리적으로 제한해 대형화ㆍ전문화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또 변호사의 이중사무소 설치를 금지하는 규정도 고쳐 인접 건물에 사무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사무직원의 자격과 인원수에 관한 규제를 없애 조직 확장 등을 통한 대형화를 유도하는 한편 국가에 공헌한 외국 변호사에게 변호사 자격을 주는 '국가공로 외국변호사 제도'는 폐지했다.
특히 현행 법은 판ㆍ검사가 각종 비리로 재직 중 형사소추된 경우에만 변호사 등록이 불가능하도록 돼 있으나 직무상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퇴직한 뒤 형사소추되더라도 변호사 등록을 거부하거나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 민법상 조합 형태 등으로 운영되는 공동법률사무소도 피고와 원고의 법률대리인을 동시에 맡지 못하도록 쌍방대리를 금지하고 대형 로펌도 그동안 대한변협 변호사윤리장전에 따라 쌍방대리를 막았으나 이를 법으로 명문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