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부정선거 양상에 항의하며 경선일정을 '보이콧'중인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孫鶴圭) 이해찬(李海瓚) 후보가 5일 경선복귀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정동영(鄭東泳) 후보가 당 지도부가 결정한 '원샷 경선'안을 수용한 상황에서 더이상 경선 판흔들리기를 계속할 명분이 약해진데다 강경대응 기조를 고수할 경우 자칫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손 후보는 이날 광주 기자간담회에서 "경선 그 자체를 거부한다든지 하는 것은 없다"고 밝혔고, 이 후보측 선병렬 의원도 국회 브리핑에서 "우리는 경선에 복귀했고 경선일정을 따라간다"고 언급, 경선복귀를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나 두 후보측은 경선 복귀가 불법.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문제제기를 거둔다는 식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하면서 당 지도부를 향해 불법.부정선거 의혹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을 한층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또한 정 후보가 '원샷경선' 결정을 수용했지만 불법.부정선거 행위에 대한 명확한 사과를 한 뒤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정 후보의 사퇴, 경선 불복 등 초강수 요구를 내놓고 있다.
손 후보는 이날 간담회에서 정 후보의 원샷경선 수용에 대해 "혼탁한 경선환경을 그대로 놔둔 채 진상규명이 없는 상태로 덮어두고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것이 정의는 아니다"며 "당을 만신창이로 몰아넣은 책임소재를 규명하고 제대로 사과함으로써 경선을 공정하게 치를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 후보측이 손 후보측의 불법.부정선거 의혹을 고발한데 대해서도 "사리에 닿지 않는 얘기에 일일이 대꾸하는게 점잖은 정치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고, 손-이 연대설에 대해서도 "이 후보와 단일화 문제를 얘기한 적이 전혀 없다. 정 후보측에서 그런 설을 확산시킨 것 같다"고 반박했다.
손 후보측은 ▲기존 불법.부정선거에 대한 진상규명 및 사법기관 수사 ▲선거인단 전수조사 실시 ▲ 지역별 선거인단 편차 보정 ▲사법기관 조사 결과 위법발견시 자격박탈 ▲당에서 결정하는 제반 조치에 대한 후보 대리인의 참관검증 등을 당 지도부에 요구했다.
또 별도 성명을 통해 "정 후보가 후보직을 사퇴해야 할 중대한 범죄사실을 지지자들의 과열경쟁에 따른 실수로 치부하고 원샷경선 수용을 대단한 양보와 희생인양 호도하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태도"라며 "당 지도부는 정 후보를 사퇴시키고 공정경선을 위해 더욱 적극 나서야할 것"이라고 공세를 전개했다.
손 후보측 우상호 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14일 경선은 당연히 참석한다"면서도 8일 합동토론회 참석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지금 진행중인 경선일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문제는 결정된게 없다"고 말했다. 14일 경선을 거부하진 않지만 당의 조치가 미흡할 경우 합동토론회 등 일정에는 불참할 수 있음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 캠프는 4일 밤 의원단 회의를 소집, 경선 대책을 논의한 뒤 5일부터는 '중립지대' 의원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는 등 사실상 선거운동을 재개했다.
이 후보측 윤호중 전략기획본부장은 "선거인단에 대한 100% 전수조사는 어렵겠지만 문제의 소지가 있는 선거인단에 대해 ARS(자동응답전화)가 아니라 직접 전화를 걸어 본인 의사를 확인한다는 취지라면 당 경선위로서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고 불법 선거인단을 거의 걸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 후보에 대해서는 불법선거 논란과 관련한 공세를 계속 이어가면서 경선위에도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유지했다.
이 후보 선대위 소속 의원단은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 후보측의 불법대리접수, 불법동원, 불법 콜센터 운영 등 총체적 불법행위에 진실로 사과하고 책임지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후보측은 '정 후보측 부정선거 백서'라는 50여쪽 분량의 자료에 정 후보측의 불법 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제보와 사진 등을 실어 배포했다.
선병렬 종합상황본부장도 별도 기자회견을 갖고 "경기 선거인단에 한나라당 A 시의원이, 전남 선거인단에는 민주당 K 도의원 등 4명이 포함됐고 강원도 화천군 선거인단 477명 중 사망 2명, 중태 1명, 장기입원 1명, 교도소 수감 1명, 행방불명 3명 등이 포함됐다"며 경선위의 철저한 조사와 해명을 요구했다.
선 본부장은 특히 "정 후보측의 불법상황이 엄중하면 경선결과에 불복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기까지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