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지난 2002년 서울은행과 합병을 하면서 처리한 세금문제가 국세청의 세무조사로 세간에 드러난 가운데 이 문제와 관련 조세법학자를 포함한 상당수 조세전문가들은 '과세'쪽으로 무게를 두는 의견을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현재 이 문제는 재정경제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1조6000억원대(가산세 포함)라는 거액의 세금 향방이 결정된다. 국세청의 방향대로 '추징하는게 맞다'는 의미로 결정된다면 국세청 세무조사 추징액의 새로운 기록으로 남게된다.
이에따라 현재 조세전문가들의 관심은 재경부에서 내놓을 유권해석의 향방. 또한 그 내용자체도 관심사여서 조세전문가들은 사건의 진행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세청이 하나은행에 대해 이같은 천문학적 액수의 세금을 부과하려면 지난 2002년 하나-서울은행의 합병이 '역합병'에 해당된다는 근거를 내놔야 한다.
2002년 당시 세법에서 정한 역합병의 요건은 ▲결손금이 많은 법인을 합병 이후 존속법인으로 하고 ▲합병등기 후 2년 이내에 상호를 소멸법인의 상호로 변경 등기할 것 ▲동일인이 합병관계법인 발행주식총수의 30% 이상을 각각 소유한 법인간의 합병일 것 등 3가지.
2006년 2월 정부는 결손금이 많은 법인을 합병이후 존속법인으로 하는 합병이 이뤄진 경우, 합병등기일 이후 5년 이내에 합병법인의 상호를 합병으로 소멸하는 법인의 상호로 변경 등기하면 '무조건' 역합병으로 보도록 법인세법을 개정한 것도 주목할 부분.
2002년 9월 하나은행은 결손금이 많았던 서울은행을 존속법인으로 합병을 한 뒤, 석 달이 지난 그 해 12월 하나은행으로 상호를 바꿨다.
현행 세법을 그대로 적용하면 역합병에 해당돼 세금추징이 불가피하지만, 합병이 이뤄진 2002년 세법에서 추가적으로 '동일인이 합병관계법인 발행주식총수의 30% 이상을 각각 소유한 법인간의 합병일 것'을 요건으로 해 놔 문제가 복잡해진 것.
당시 서울은행의 주식 100%를 소유하고 있었던 예금보험공사가 소유한 하나은행 주식은 보통주만 놓고 보면 30%에 미치지 못하지만, 우선주를 포함시키면 하나은행 발행주식총수의 30%를 넘게 가지고 있었다.
이에 따라 재경부가 "역합병 요건에서 규정된 '발행주식총수'에는 우선주도 포함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면 하나은행에 대한 국세청 과세는 역사적인 기록을 갖게된다.
10일 조세법학자들에 따르면 상속·증여세법에선 특수관계자 범위결정에 중요한 구분이 되는 발행주식총수는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식수를 의미한다'는 단서규정이 있지만, 법인세법에서는 이에 대한 아무런 단서규정이 없어 사안별 유권해석으로 과세가 이뤄지고 있다.
재경부 유권해석의 핵심인 발행주식총수에 우선주가 포함되는지 여부와 관련 김완석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법학박사)는 "법인세법에 발행주식 총수라고만 돼 있고 특별히 다른 말이 없는 만큼, 우선주를 배제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고 과세 쪽에 힘을 실었다.
또 한국세무사회에서 세법개선분야업무를 맡았던 이강오 세무사도 "당연히 (우선주까지)포함돼야 한다"며 "법인세법에 다른 규정이 없고, 발행주식에는 우선주까지 포함되기 때문"이라고 주장의 근거를 설명했다.
채수열 前국세심판원장(現조세법연구원장)은 "세법은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조항을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재경부의 해석이 국고주의로 가면 안될 것"이라고 경계하면서도, "정확한 거래관계는 모르지만, 과세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라고 내다봤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예금보험공사가 하나은행과 서울은행의 30% 지분요건을 갖췄느냐, 즉 특수관계자 해석요건에 따라 이월결손금 승계가 가능한지 여부가 핵심"이라며 "법인세법에는 우선주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규정이 없을 땐 납세자에게 유리하게 확장해서 해석하는 것이 옳다"면서도 "하나은행과 관련해선 국세청에서 과세를 해야만 할 것"으로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로펌 관계자는 "법인세법상 발행주식총수 관련 규정이 없어, 유권해석 위주로 처리를 해왔다"며 "유권해석은 경영권과 관련된 지배관계 문제라면 보통주식수만, 의결권과 관계없이 배당 등의 문제일 땐 우선주도 포함시키는 것으로 내려져 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상속·증여세법에는 보통주만 발행주식총수로 보도록 별도의 단서규정이 있지만, 법인세법에는 단서규정이 없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우선주를 발행주식총수에 제외시킨다면 당연히 법인세법에 이를 규정했을 것"이라고 과세에 무게를 실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조세전문가는 "과거에는 역합병 요건에 '특수관계자일 것'을 요구했지만, 나중에 세법개정에서 이 부분이 삭제됐다"며 "역합병과 관련된 입법취지에 비춰 과세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과세에 반대하는 견해도 있다. 김완일 세무사는 "최대주주를 판단할 때 의결권 있는 보통주를 기준으로 하고 의결권이 없으면 회사에 영향력이 없기 때문에 보통주만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