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이 국회 정무위에서 한나라당 이명박(李明博) 대선후보 관련 인사들을 국감 증인으로 일방적으로 채택하고, 이에 한나라당이 의사일정 전면 중단으로 맞서면서 17일부터 시작될 국감의 파행이 우려된다.
특히 이번 정무위 사태는 단순히 상임위 증인 채택의 불법성 여부에 대한 논란을 넘어 대선을 2개월여 앞두고 정국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기 싸움의 성격이 짙다는 점에서 국회 경색이 쉽게 풀리기 힘들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번 사태에 대해 신당이 사과하고 증인채택 무효를 선언할 것을 요구하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국정감사의 파행도 각오하고 있다며 압박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올 국감을 소위 '이명박 국감'으로 만들어 이명박 후보에 대한 정치 공세를 퍼붓겠다는 신당의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인 만큼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지 않고 섣불리 국감에 응했다가는 범여권의 노림수에 말려들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처음부터 정상적 국감이 아닌 '이명박 국감'은 안된다는 점을 경고해 왔지만 결국 신당이 이를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만큼 국감 파행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의사일정 보이콧을 선언한 이상 국감 파행도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신당측은 한나라당과의 기 싸움에서 밀릴 수 없다는 판단에서 한나라당의 사과 요구와 증인채택 무효 주장을 정치공세로 일축하고, 비교섭단체들과의 연대를 통해서라도 국감은 예정대로 강행한다는 계획이다. 또 한나라당이 이명박 후보의 '약점'을 감추기 위해 국회를 볼모로 잡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여론전을 펼치면서 국회 정상화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임종석 원내수석부대표는 "국감에서 대선 후보의 공약과 도덕성을 검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이명박 후보를 증인으로 채택하지도 않았는데 한나라당이 국감 전체를 보이콧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한나라당의 이 같은 태도는 스스로 '이명박 국감'을 자초하는 자충수"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국정 감사 파행은 신당과 한나라당 모두에 정치적 부담인 만큼 파행 직전에 정상화되거나 파행이 되더라도 그 기간은 극히 짧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 자칫 지지율 1위 대선후보를 가진 정당의 오만함으로 비칠 수 있어 국회 일정을 계속 거부하는 데는 부담이 따른다. 또 향후 예상되는 여당의 공세를 미리 차단하는 '선제 공격' 차원에서 당에서 준비해 온 '권력형비리 조사특위'의 결과물을 펼칠 장(場)으로 국감 만큼 좋은 기회가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한 고위 당직자는 "우리도 국감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만큼 국감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언제부터 국감에 들어갈 지는 상황을 봐서 판단할 문제"라고 여지를 남겼다.
신당 역시 원내 제1당이자 사실상의 여당으로서 예산안 및 법안 처리의 책임을 갖고 있는데다 한나라당이 빠진 상태에서의 국감 강행은 다수당의 횡포로 비칠 수 있는 점이 부담이다. 따라서 마냥 강경 입장을 견지하기 보다는 적절한 시점에 정무위 사태에 대한 '유감' 표명 정도의 성의를 보이면서 한나라당의 국감 참여를 유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