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稅風)ㆍ병풍(兵風)ㆍ북풍(北風)ㆍ총풍(銃風)…
역대 대선에서 검찰이 직ㆍ간접적으로 발을 담갔던 수사들을 요약해서 일컫는 말이다.
범여권 후보 단일화 여부 등이 변수로 남아있기는 하지만 한나라당 이명박후보에 이어 15일 정동영 후보가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로 결정돼 올해 대선의 '빅2'가 확정됨으로써 대선 때마다 표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던 특정 후보 등에 대한 검찰 수사의 '뇌관'이 올해에도 터질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가 연루된 의혹이 일고 있는 'BBK 투자 유치 및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의 송환 문제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지만 현재 검찰의 수사망에 걸려 있는 '재탕ㆍ삼탕'의 고소ㆍ고발 건으로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게 검찰 안팎의 공통된 관측이다.
물론 김씨가 당장 귀국하거나 특정 후보와 관련된 또다른 의외의 의혹이 불거질 가능성은 있지만 시기적으로 선거일이 60여일 밖에 남지 않아 검찰 수사를 통해 어떤 의혹의 실체가 명백하게 규명되기에 너무 촉박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 후보의 도곡동 땅 차명보유 의혹과 관련해서도 참고인 출두 거부 등으로 검찰이 '처남인 김재정씨 지분은 본인 소유이지만 맏형인 상은씨 지분은 제3자의 것으로 보인다'는 어정쩡한 결론을 내렸던 점을 감안하면 후보들과 관련된 고소ㆍ고발이 또다시 쇄도하더라도 참고인들이 대선을 앞두고 쉽게 조사에 응할 리 없어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검찰은 예상하고 있다.
현재 가장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검찰 수사로는 'BBK 주가조작' 사건이 꼽히고 있다.
김경준씨는 여러 경로로 "이 후보가 사실상 BBK를 창업했고 ㈜다스와 삼성생명, 심텍 등 투자자를 끌어들였다"고 주장하는 반면 이 후보는 한나라당 검증 청문회 등을 통해 이를 강력하게 부인해왔다.
이 후보가 역시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다스가 BBK에 190억원을 투자한 경위 등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최재경 부장검사)는 지난 8월 김경준씨가 미국에 있어 조사를 벌이지 못한다는 이유로 참고인 중지 결정을 내린 뒤 수사를 중단했다.
김씨가 BBK 주가조작을 통해 소액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옵셔널벤처스코리아 등을 운영하면서 회사자금 380억원을 빼내 도피한 혐의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강찬우 부장검사)도 김씨를 기소중지한 상태다.
검찰은 김씨가 귀국하는 즉시 체포한 뒤 수사를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그의 귀국 시기 자체가 불투명한 가운데 지연 이유 등을 놓고 정치권만 설전을 펴고 있는 상황이고 귀국하더라도 사건과 관련된 인사들이 검찰청사에 거의 모습을 나타내지는 않을 것이 뻔해 대선 전에 의혹을 명쾌하게 규명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검찰은 한나라당이 수사의뢰한 국가정보원 및 국세청의 이 후보 개인정보 유출 의혹 사건과 이 후보 등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한 청와대의 명예훼손 고소 사건 등도 계속 수사하고 있지만 대세에 영향을 미칠 만한 결과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 후보와 관련해서는 경선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명의를 도용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구속해 송치한 종로구의원 등을 상대로 배후를 캐는 등 보완 조사를 벌이고 있으나 경선이 끝난 마당이어서 수사에 따른 파급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본선 과정에서 고소ㆍ고발이 다시 쏟아질 공산은 크지만 대부분 의혹이 경선 검증 때 불거진 것들로 정치권에서 갑론을박하는 외에 검찰 수사로 밝혀질 것은 별로 없을 것"이라며 "특별히 새로 제기되는 의혹이 없는 한 검찰 수사가 대선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