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표 8천만원(연봉 1억원 안팎)근로자 2442억 등 납세자 21.3%만 수혜
재경위, 정부 소득세과표구간 조정안에 '쓴소리'..."효과도 채 2, 3년"
정부가 연말 대선을 앞두고 중산·서민층의 세부담 경감을 명분으로 소득세 과표구간 상향조정 입법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입법안을 심의하는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전문위원이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일침'을 놓는 보고서를 발표, 파장이 예상된다.
김호성 국회 재경위 전문위원은 17일 재정경제부가 제출한 소득세 과표구간 상향조정을 골자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에 대한 입법검토보고서를 통해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김 전문위원의 요지는 간단하다. 과표구간 조정에 따른 수혜층은 (실제로 지원이 필요한)과표 1000만원 이하인 상대적 저소득층이 아닌 고소득층이고 또한 1조원이 넘는 엄청난 세수감을 메울 '대책' 마저 미비하다는 것.
과표구간 조정보다는 ▲최고 또는 최저 과표구간 신설 및 구간의 합리적 재조정 방안 ▲과표구간조정이나 소득공제 등에 '물가연동제'를 접목해 안정성을 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 정부의 과표구간 조정, 어떤 내용?= 재경부는 지난 8월 2007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1996년 이후 한 번도 개정이 되지 않았던 소득세 과표구간을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현행 소득세 과표구간은 1000만원 이하(세율 8%), 1000만원 초과∼4000만원 이하(세율 17%), 4000만원 초과∼8000만원 이하(세율 26%), 8000만원 초과(세율 35%) 등 4단계로 되어 있다.
그 동안 경제규모 성장 등의 요인을 반영해 과표구간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왔지만 정부는 세제단순화 측면과 상반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해 왔으나 연말 대선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과표구간 상향조정 방안을 내놓았다.
정부의 개정안은 현행 4개 구간 체제를 유지하되 세율 8%적용구간을 1000만원 이하→1200만원 이하, 17%적용구간은 1000만원 초과∼4000만원 이하→1200만원 초과∼4600만원 이하, 26%적용구간은 4600만원 초과∼8800만원 이하, 최고세율 35%적용구간을 8000만원 초과→8800만원 초과로 각각 상향조정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관련 법률안은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 제출, 올해 정기국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정기국회에서 정부 방침이 확정될 경우, 당장 내년부터 시행되게 된다.
□ 과표구간 조정..수혜자는 '고소득층(?)'= 김호성 국회 재경위 전문위원은 정부의 이 같은 과표구간 조정 방침에 부정적 의견을 쏟아냈다. 특히 세부담 경감 조치에 따른 혜택이 '어떤 계층'에 귀속되느냐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재경부에 따르면 과표구간 조정에 따른 세부담 경감 효과는 총 1조1300억원. 이 중 4000만원 이하, 8000만원 이하 소득자에게 각각 5920억원, 2938억원 등의 경감혜택이 돌아가고 8000만원 초과 소득자에게는 2442억원의 경감혜택이 돌아가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8%의 저세율이 적용되는 과표 1000만원 이하 상대적 저소득층에게는 십 원 한 푼의 경감혜택도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 전문위원은 "소득세 납세인원만을 대상으로 볼 때 개정안의 과표구간 확대에 따른 세부담 혜택과 무관한 과세표준 1000만원 이하 해당자는 2005년 귀속분 기준으로 종소세 납세자의 62.1%, 근소세 신고자의 55.4%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5년 귀속 근로소득 연말정산 신고인원 1186만명 중 면세점 이하자는 48.5%인 576만명이고 사업소득자 등 종합소득신고자 437만명 중 면세점 이하자는 54.6%인 242만명으로 이들또한 과표구간 확대에 따른 세부담 혜택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근로자와 종합소득자를 합한 1624만명 중 실제 개정안에 따른 세부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과표 1000만원 초과 해당자는 21.3%에 불과한 346만명이다"라며 "면세점 이하 및 과표 1000만원 이하 해당자 78.7%는 세부담 혜택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표구간이 조정에 따른 연간 세경감액은 1000만원 이하는 0원, 4000만원 이하는 18만원, 8000만원 이하는 72만원, 8000만원 초과는 144만원으로 고소득 구간일수록 경감액이 커진다"며 "이는 (소득세)누진성 원리와도 무관한 양태를 보인다"고 강조했다.
□ 1조1300억원의 '잃어버린 세수'는 어디서 찾나= 재경부에 따르면 과표구간 조정에 따른 세수감소 효과는 총 1조1300억원으로 이중 2008년에 66.4%인 7500억원, 2009년에 33.6%인 3800억원의 세수가 각각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김 전문위원은 "정부의 개정안은 과표구간 조정에 따른 세수감 보전책을 별도로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그러나 내년도 정부예산안 등을 보면 적자국채 발행이 늘고 국가채무도 2007년 302조원에서 2011년 369조원으로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표구간 조정에 따른 대규모 세수감을 감당해 낼 만한 세수보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 "과표구간 조정, 일시적 조치에 불과하다" =김 전문위원은 "(정부는)과표구간 조정을 통해 향후 물가상승률을 감안하고 중산.서민층의 세부담을 경감하고자 하지만 그 효과는 2, 3년 정도밖에 지속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문위원은 "현행 소득세제가 안고 있는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고 또는 최저 과표구간 신설 및 구간의 합리적 재조정 방안, 과표구간조정이나 소득공제 등에 물가연동제를 접목해 안정성을 제고하는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문위원은 또 "소득세 과표구간 등 조세제도의 중요한 개정문제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절차적 정당성과 내용적 타당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국가재정의 건전성과 납세순응도를 제고할 수 있도록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한 결정이 필요한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