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채택 문제로 '파행'을 겪은 국회 정무위원회가 담합 사실을 자진신고한 업체를 사상 처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해 자진신고 비밀유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위와 업계는 최근 검찰이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자진신고자에 관한 자료를 압수한 데 이어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서도 특정업체의 자진신고 사실이 드러나면 비밀유출을 우려한 기업들의 자진신고가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1일 국회 정무위와 공정위에 따르면 정무위는 공정위에 대한 22∼23일 국정감사에서 건설업체 1곳과 석유화학업체 1곳 등 2개 업체의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중 건설업체는 공정위가 지난 7월 적발해 발표한 하수관거정비 등 임대형 민자사업(BTL) 입찰에서 담합에 가담했던 7개 건설사 중 1곳으로, 조사과정에서 담합사실을 인정하고 조사에 협조해 과징금 경감 등의 혜택을 받았던 곳이다.
석유화학업체 역시 지난 2월 적발된 10개 석유화학업체들의 가격담합에 가담했다가 자진신고를 통해 과징금을 면제받았던 곳이다.
국회가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담합 자진신고 업체를 증인으로 채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무위는 자진신고(리니언시) 프로그램의 문제점과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이들을 증인으로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정위와 업계는 국회가 자진신고 업체를 증인으로 채택해 이들의 자진신고 사실이 공개되면 비밀유지를 원하는 기업들의 자진신고가 위축될 것이라며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들에 대한 국회의 증인 채택은 지난 달 검찰이 사상 처음으로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해 자진신고 관련 내용을 포함한 하수관거정비사업 담합 관련 자료를 가져간데 이어 벌어진 것이어서 비밀유출에 대한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당시에도 업계는 비밀을 유지해주고 처벌도 면제해준다는 조건 하에 담합 사실을 자수하고 조사에 협조했는데 검찰의 손에 관련 내용이 넘어가면 앞으로 누가 자진신고를 하겠느냐며 반발했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이들에 대한 증인 신문을 비공개로 해줄 것을 정무위에 요청했으며, 해당 비공개 회의의 진행절차와 참석자 범위 등을 협의하고 있다.
자진신고 감면제도(리니언시)는 담합에 가담한 업체가 공정위의 조사 후 제재를 받을 것을 우려해 공정위에 담합 사실을 자수하고 조사에 협조해 결정적인 물증을 제공하는 대신 제재를 감면받는 제도다.
담합은 치밀하고 정교한 수법을 동원해 이뤄기 때문에 강제수사권이 없는 공정위로서는 적발이 쉽지 않아 제재 감면이라는 '당근'을 줘서 자수를 유도한다는 취지다.
자진신고는 담합 가담 업체 간 일종의 배신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에 현행 공정거래법과 시행령은 자진신고자의 신원이나 내용 등을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 이들이 해당 업계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비밀보호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들에 대한 증인신문을 비공개로 하기로 했지만 검찰 압수수색에 이어 자진신고와 관련된 내용이 계속 외부에 노출되면 자진신고제 활성화에 악영향을 미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