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8000명 국세공무원들의 최고 수장인 전군표 국세청장이 뜻하지 않은 '뇌물 상납설'에 휩쌓여 있는 가운데 국세청은 '(검찰수사에)정면돌파' 태세를 갖추는 한편으로 미세한 균열도 감지되고 있다.
이 날 아침 언론에는 전 국세청장이 최소한 3000만원을 구속 수감 중인 정상곤 전 국장으로부터 받았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하루가 다르게 사건이 심각한 상태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검찰이 내주경 전 국세청장에 대한 소환조사는 물론 국세청장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 날 아침 수송동 국세청사에 정상 출근한 전 국세청장은 청사 로비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남겼다.
전 국세청장은 "궁지에 몰린 정신나간 사람의 진술"이라고 단정한 뒤 "복잡한 김상진은 어디 가고 전군표만 남았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검찰 수사에 적잖은 불만이 있다는 점을 털어놓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전 국세청장의 표정은 다소 어두운 기색이었다.
수장의 수난을 바라보는 국세청 직원들의 반응은 아직까지는 '믿음'이 훨씬 많다. 그러나 '혹시나'하는 시각도 있다.
국세청의 한 간부는 "국세청의 수장이 고작 수 천 만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 절대 그런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검찰 수사에 당당하게 대응해 결백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전 청장의 결백에 힘을 실었다.
또 다른 간부도 "정치적인 '음모'의 가능성이 있다"며 "전 청장이 '거대한 시나리오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한 것처럼 배후에 모종의 계산이 깔려 있는 것 같다. 검찰이 공정한 수사를 해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다른 한 직원은 "믿고 싶지는 않지만 사건의 진행상황이 예사롭지가 않다"며 "만약 사실이라면 국세청의 신뢰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다. 사실이 아니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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