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이뤄진 하나은행과 서울은행간의 합병이 '역합병'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갖가지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당시 하나은행의 합병은 '역합병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담은 학술발표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박훈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는 지난 27일 열린 한국세무학회 추계학술발표대회에서 '역합병을 통한 법인세 회피와 그 규제'라는 논문발표를 통해 "특수관계자라는 용어의 취지에서 하나은행의 합병은 역합병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합병이 이뤄진 2002년 당시 세법에선 ▲결손법인이 흑자법인을 흡수하는 합병일 것 ▲합병후 2년 내 흑자법인으로 상호를 변경할 것 ▲동일인이 합병관계법인 발행주식총수의 30% 이상을 소유 등 3가지를 역합병의 요건으로 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하나은행-서울은행의 합병은 처음 두 가지 요건은 갖췄다. 그러나 특수관계자 요건을 정한 셋째 요건을 채웠는지 여부는 해석이 분분한 상황.
합병당시 예금보험공사는 서울은행 주식은 100% 소유하고 있었지만, 하나은행의 경우는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쳐야 30% 이상을 소유하게 되는 것. 이에 따라 우선주가 발행주식총수에 포함되는지가 관심의 초점. 이와 관련 현재 재정경제부는 유권해석을 내놓기 위해 고심중이다.
박 교수는 논문에서 "특수관계자 요건과 관련해 지분율을 계산할 때 우선주를 포함시킬지 여부가 다툼이 될 수 있다"며 "특수관계자 요건을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에 관한 것으로 이해하면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는 지분율 계산에서 빼야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그러나 "상속·증여세법 등 다른 세법규정에서는 의결권 있는 주식만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이를 명문으로 밝히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면, 명문규정이 없는 법인세법에선 우선주도 지분율 계산에 포함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역합병의 경우 과도한 이월결손금 공제제한 자체는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과도한 공제제한은 합병을 하지 않았더라면 공제가 가능했을 이월결손금이 합병으로 공제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월결손금이 차후 발생할 법인세를 줄여줄 수 있는 점에서 현금과 같이 인식된다면 합병과정에서 이미 합병대가에 포함돼 대가를 치러지기 때문에, 뒤늦게 세금을 줄인다는 이유로 조세회피로 봐 불이익을 주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이날 학술발표대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이준규 경희대학교 교수도 "조세의 부당감소 여부의 판단과 관련해 기업이 인허가를 유지하기 위해 역합병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특수관계 여부 판단시 우선주가 제외돼야 한다는데 공감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