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검찰청은 지난 30일 "전군표 국세청장을 소환 조사키로 했으며 이미 소환일정을 국세청장에게 통보했다"고 밝혔다. 소환시기는 밝히지 않았지만 오는 1일 오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조직수장의 검찰 소환조사 소식을 접한 국세청 직원들은 "예상됐던 일"이라며 겉으로는 덤덤한 표정을 애써 유지하고 있지만 '심장맥박'은 소리 없이 들끓고 있는 모습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연일 이번 사건과 관련한 새로운 의혹들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어떤 형식이든 당사자에 대한 검찰조사는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다른 방법도 있는데 2만 명을 거느린 조직수장을 부산까지 오라고 손가락을 까닥인 것에는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 "검찰 수사 통해 반드시 진실 규명될 것"=연일 언론을 통해 새로운 의혹들이 제기되면서 국세청 직원들은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키워가고 있지만 결코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았다'는 수장의 항변에 더욱 무게중심을 두는 모습이 역력하다.
부산지방검찰청이 뚜렷한 증거도 확보하지 못한 채 고도의 '언론플레이'로 1만8000명 국세공무원을 이끌며 연간 150조원의 국가재원 조달의 책임을 지고 있는 국세청장을 연일 흔들어 대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도 고조되고 있다.
국세청 일각에서는 조직적인 '행동'을 통한 (검찰의 태도에 대한)집단 저항의 여론도 감지되기도 했었다. 공명심에 사로잡힌 검찰이 확인되지 않은 정황만을 가지고 국세청이 그 동안 쌓아올린 명예와 신뢰를 완전히 무너뜨렸다는 것.
또한 이미 십 수년전 사려져 조세박물관에나 들어가 있을 법한(?) 국세청의 '상납관행'을 마치 현재의 일인양 거론하며 청장의 사법처리 등 국세청 전 조직을 뒤흔들어 놓은 것에 대한 반발심도 상당하다.
한 때 "명확한 물증도 없이 일방의 진술에 의한 정황증거를 언론에 흘려 검찰이 국세청 명예를 실추시킨 것을 따져야 한다"며 사무관(5급) 이상 간부들이 '일괄사표'라도 제출하자며 분개하던 움직임은 현재 '기다려 보자'는 쪽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사무관·서기관(4급)급이 각각 나서서 "검찰이 '김상진씨 로비의혹 수사'라는 본질을 잊고 마치 국세청장 상납의혹이 수사의 전체인양 사건이 왜곡되고 있는 부분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대국민 선언을 하려던 움직임도 잦아들고 있다.
아직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지도 않은 상황에서의 국세청 간부들의 집단 움직임은 자칫 조직과 조직사이의 충돌 내지 검찰의 영역을 침범하는 일종의 '시위'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검찰이 흘린 내용들이 '오판'으로 드러날 경우에 벌여도 늦지 않는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명백한 증거도 없이 관련자들의 진술만 가지고 국세청장을 흔들어 대는 것 자체가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평가한 뒤 "검찰 수사를 통해 국세청장의 결백이 입증될 것"이라고 말했다.
□ "검찰, 과연 공정한 수사할까?"=국세청 일각에서는 걱정 어린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기관대 기관 '자존심'을 건 대결 양상으로 사건이 왜곡되면서 검찰이 국세청장 소환 조사를 통해 어떻게든 사법처리 방향으로 사안을 몰고 갈 가능성도 있기 때문.
국세청 관계자는 "현재 검찰이 확보한 것은 관련자들의 진술 밖에 없지 않느냐"며 "현직 국세청장을 소환 조사해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할 경우 검찰에 불어닥칠 '역풍'을 우려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건이 왜곡된 결과로 이어지거나 수사가 지지부진할 경우 납세자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은 엄청날 것"이라며 "일반 납세자들의 국세청에 대한 '반감'이 커질 경우 안정적인 세수를 확보해야 할 국가의 입장에서도 큰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만약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들이 모두 사실로 판명, 검찰이 전 국세청장의 손목에 수갑을 채운다는 결정을 내릴 경우 국세청에 불어닥칠 '후폭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 "조속히 진실 밝히고 사건 종결해야"=종합부동산세, EITC 등 연말 현안 업무가 산적한 상황에서 사건의 진실이 조속히 밝혀져, 조직의 안정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 국세청 직원들의 또 다른 바램이다.
최악의 상황으로 사건이 흘러간다거나, 진실 규명(수사)이 늘어질 경우 국세청으로서는 상당한 부담감을 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추락한 국세청의 신뢰가 자칫 일반 국민들의 '조세저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사태가 발생할 경우 국익(國益)에 엄청난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단순히 국세청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국세청 전 조직의 명예가 걸린 문제이며 나아가 전 국가적인 문제다"라고 말했다.
